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광주전남 <무등산/서인봉/새인봉> 특별산행

심헌 2012. 5. 20. 23:12

<2012.05.19(토) 광주 무등산/서인봉/새인봉 산행사진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증심사집단시설지구>증심사>느티나무당산목>봉황대>천제단>중머리재>서인봉>새인봉>증심사집단시설지구회귀

GPS상 실제거리  총 9.5 Km  , 총 4 시간 소요 (식사,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입니다 -

 

 

 

 

 

오월의 눈물과 한이 서린 빛고을 광주를 찾았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성역인 망월동묘지를 참배하기 위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어 그 날의 함성과 아픔을 고스란히 품고있는 <무등산>을 들렀다 가기로 했습니다.

무등산은 여러 번 올랐던 곳이긴 하지만, 오늘의 산행은 또다른 의미를 간직한 채 신록의 산길을 걷는 산행이었습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민중들의 염원이 무엇인지, 왜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잿더미처럼 사라져간 것인지를

새기고 느껴보고 싶다면 이 무등산을 올라 빛고을 광주를 내려다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월이라는 계절은 원래 향기로 가득한 것이지만, 빛고을 오월의 신록은 아픔이자 한이며 눈물인 곳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 무등산을 오르고서 외친 첫 일성이 '아~ 정말 좋다' 라고 했습니다. 

내려다보이는 빛고을의 풍광이 좋아서 그랬을까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주어 정말 기분이 좋아 그랬을까요.

물론 그것도 있었겠지만, 오월의 아픔을 깊이 간직하고서도 티를 내지 않으며 광주를 보듬으며 안고 서있는 그 넉넉함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록 말이 없고 몸짓을 해보이는 것도 없지만, 인간들에게 무언의 메세지를 무던히도 던져주려 애써는 곳이 바로 산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람들은 그런 산을 오르면서 희희락락 그럴주만 알았지 그 산이 던져주는 소리를 들을 생각은 하지를 않지요.

산에 드는 일은 그 산에서 안식을 꾀하고 무언가 기대보려는 것이라면, 그 기대속엔 자연이 주는 귀중한 메세지를 갖고 산을 내려올 수 있어야 합니다. 

 

오월의 무등산은 정말 홀로이 걸어보면 인간이 걸어가고 새겨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산입니다. 

물론 산정에 서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거대한 풍광을 볼 수 있는 것도 그 산행에서 얻는 커다란 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속에서도 지난 세월을 잊지 않고 새날의 희망을 새길 수 있는 곳 역시 이 무등산인 것입니다.

 

수많은 산들이 존재하지만 매년 오월이 되면 꼭 찾아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 무등산입니다.

그러나 오늘 나는 무등산이 자랑하는 서석대도, 입석대도 가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장불재까지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오르지 못했다고 무등산을 오르지 않은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샘이 날만큼 아쉬움이 남는 것도 더욱 아니었습니다.

 

오월의 무등산은 짧은 거리의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산정을 향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일입니다.

아쉬움이면 다음을 기약하면 되는 것이고, 서운함이면 마음을 비우면 되는 것이며, 부족함이면 생각으로 넉넉히 채우면 되는 일입니다.

수많은 산을 찾고 오르내리며 배운 것이라면 바로 이런 것들이며, 그것을 실천해 옮기면 산을 제대로 찾을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래서 마음 넉넉함으로 산을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인연이 있으면 또 오게될 것이고 그리우면 또 찾으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 호남정맥 산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 언제인가 또다시 무등산을 올라서게 될 것입니다.

그 때쯤이면 오월의 무등산이 아니라 여름일 수도 있고, 가을일 수도 있으며, 겨울의 무등산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산을 내려와 다시 포토산행 속에서 오월의 눈물이 아닌 오월의 향기를 꾸며볼까 합니다.

현실은 눈물이었지만, 영상은 향기로 가득 채울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포토산행 길은 작은 행복이고, 아름다운 즐거움이며, 소중한 오월이자 어느 날의 흔적이 되는 것입니다.

 

 

당초 계획에도 없던 산행들머리가 나도 모르게 바뀌었다. 이곳은 증심사 입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이다. 

 

그러고 보니 오랫만에 이 코스를 걷는다. 몇번 스쳐간 곳인데 과연 몇년 만인가?

 

예전엔 우측길도 올라봤고, 좌측길도 내려와 봤다. 세월이 흐르니 주변이 많이 변했구나.

 

그래서 증심교에서 증심사가 있는 우측길을 택해 오른다. 싱그런 녹음이 쳐다만 봐도 눈부시고 배부르다.

 

다리 주변을 잡아보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챈 일행들이 먼저 포즈를 취해 어정쩡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오전엔 5.18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고 오다보니 결국 오후산행이 돼 버렸다.

 

 그래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보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푸르른 녹음이 더없이 우리를 반기는 듯 하다.

 

오래전에 스쳐 지났던 증심사 일주문과의 재회를 시도하니 자동으로 두 손이 합장되고 마음이 새로워진다. 

 

예전에 보던 나무는 변함이 없지만 몸체는 더 커졌고, 우리는 오히려 더 왜소해졌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거늘~~~

 

오랜전의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런 곳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잠시 후 도착한 당산목 쉼터

 

수많은 세월이 흐른 만큼 나무는 더욱 더 가지를 뻗치며 울창해졌고, 산객들의 훌륭한 쉼터로 자리를 잡았다.

 

당산목 쉼터에서 바라본 새인봉 능선, 예전엔 저곳으로 올랐지만 오늘은 나중 저곳으로 내려올 것이다.

 

당산목쉼터에서 중머리재로 가는 길은 두갈래. 오늘은 예전에도 가보지 않은 봉황대 방향으로 길을 잡기로 한다.

 

역시 예상대로 봉황대로 향하는 길엔 산객들의 모습들이 아주 뜸하다. 그래서 조용해서 좋고 한가해서 좋다.

 

잠시후엔가 오른 봉황대 삼거리. 좌측은 토끼등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은 중머리재로 가며, 우측은 천재단으로 길이 갈린다.

 

중머리재로 바로 갈까 아니면 천제단을 들렀다 갈까 여기서 망설이다 우측에 가보지 않은 천제단을 갔다오기로 마음을 정한다.

 

봉황대에서 불과 몇십미터의 거리에 이런 천제단이 있어, 조금의 발품만 팔면 이런 숨은 곳을 볼 수도 있다. 

 

다시 봉황대 갈림길로 돌아나와 중머리재로 향하다 백운암터에서 잠시 한적한 시간을 가져본다.

 

그러다 커다란 바위들이 웅성웅성 서있는 너덜지대에서 나중 하산길이 될 새인봉 능선을 미리 조망해 본다.

 

무등산은 이렇게 군데군데 길이 나있어 시원한 여름을 만끽하는 데 더없이 좋은 곳이다.

 

그러다 잠시 후 중머리재로 올라서다 당산목쉼터에서 올라오던 길이 내가 걸어온 길과 여기서 만난다. 

 

무등산 중봉과 장불재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치게 되는 <중머리재>에서의 이정표. 그 뒤로 중봉능선이 버티고 섰다.

 

그리고 중머리재에서 올려다본 장불재와 서석대. 오늘 산행은 여기서 하산해야 하니 그저 그리움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중머리재를 뒤로 하고서 서인봉으로 오르다 되돌아본 무등산의 정상인 천왕봉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서인봉에서 바라본 무등산의 최고봉인 저곳. 몇달 후면 호남정맥 산행에서 다시 만날 구간이다.

 

서인봉에서 다시 고개를 돌려 중봉과 천왕봉을 함께 잡아본다. 몇년 전 겨울 누렇게 바랜 중봉능선을 걸은 기억을 떠올린다.

 

이제 서인봉을 뒤로하고선 새인봉 능선을 향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도한다. 소나무와 산객의 조화가 새롭다.

 

후다닥 내려서다 보니 금새 새인봉삼거리에 도착했지만, 의재미술관 방향을 버리고 새인봉으로 홀로 길을 잡는다.

 

왜냐면 무등산을 오르내리는 코스 중에 이런 조망이 있는 것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새인봉을 향하다 무등산의 주요 지점들을 담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니 멋진 조망터인 셈이다.

 

또 그 길엔 이런 아슬한 지대도 있고~~~

 

이런 멋진 신선놀음 바위도 있다. 저 곳에 내려가 술상을 차려 놓으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아닐런지~~

 

새인봉 능선의 최고의 비경은 바로 이 곳이다.  삶이 고독스러우면 새처럼 뛰어내려도 되고~~~

 

그런데 자세히 바라보니 저 아찔한 곳에서 암벽훈련을 하는 간큰 사람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절벽아래에서 한명이 기어오르고 있는 것이 바라보이는데 정말 아찔한 모습이다.

 

좀 더 다가가서 보니 바로 옆쪽에도 또다른 클라이머가 보인다. 자기와의 도전, 한번은 해볼만한 일 아니겠는가.

 

위 사진의 암벽덩어리로 된 이곳의 봉우리가 바로 <새인봉>이다.

 

그 새인봉 암벽에서 돌아다본 무등산의 저곳들, 언제나 봐도 장쾌함과 웅장함이 엿보인다.

 

그런데 위 사진의 우측 벼랑끝을 당겨보니 누군가 누워있다. 간도 큰것이 팔자좋은 게 따로 없다.

 

새인봉에서 바라다본 중봉에서 바람재, 낙타봉으로 이어지는 산능.

 

줌을 당겨 바라본 <증심사>. 사찰 뒤로 가꾸어 놓은 것이 혹시 녹차밭인가.

 

방향을 무등산 정상을 향해 바라본 조망. 천왕봉,서석대,장불재,중봉,서인봉이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줌을 당겨 바라본 이곳은 약사사. 예전엔 약사암이라 불렀는데 사찰의 규모가 많이 커진 것 같다.

 

그리고 새인봉을 내려서며 바라다보이는 오월의 눈물이었던 광주 시내가 짙은 연무속에서 조용히 그 날을 되새기고 있다.

 

산행의 들머리이자 다시 날머리가 될 집단시설지구가 바라본인다.

 

이 오월의 신록은 그 날의 아픔과 한을 알고 있겠지. 그래서 매년 이 맘 때면 그 쓰라린 생각으로 신록을 틔우는지도 모르겠다.

 

저기 앉아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도 이 오월의 눈물들을 이야기하고 있겠지.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잊혀질 것 같지만, 묵은 한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인 것을 어찌하나~~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아는데, 잊겠다고 해서 잊혀지지 않는 것이 우리가 살아온 삶이다.

 

다른 때와는 또다른 의미를 갖고 찾은 무등산 산행을 끝내며 빛고을이 우러러 보고 있는 무등산 정상을 여기서라도 바라본다.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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