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전북진안 <만덕산/사자산/황산> 호남정맥 구간산행

심헌 2012. 5. 14. 23:07

 

<2012.05.13(일) 전북진안 만덕산/사자산/황산 산행사진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전주공원묘지 모래재>짐마봉>곰재(웅치전적비)>오두재>만덕산>마치>사자산>남산>황산>슬치재

GPS상 실제거리  총 24.2Km  , 총 8 시간 35분 소요 (식사,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입니다 -

 

 

 

 

금호남정맥의 길이 끝나고 이제부터는 계속 남진을 해야하는 호남정맥의 첫 구간 산행은 결코 짧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하나의 높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드는 것이 대간이나 정맥, 기맥을 타는 것임을 해본 사람만이 아는 일입니다.

특히 이번 산행은 호남정맥이 시작되는 첫 구간으로써 설레임과 기대에 찬 출발이었지만 짖궂은 날씨가 조망을 방해한 산행이었습니다.

 

지난번 금호남산행이었던 부귀산에서 바라다 보는 장쾌한 조망처럼 오늘 산행에서도 큰 기대를 하였지만 날씨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 것은 초반에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종주하는 내내 비는 내리지 않고 오히려 산행하기 좋은 날씨였습니다.

마이산을 비롯한 성수산 덕대산,내동산 등이 산행 내내 조망을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커다란 아쉬움이었습니다.

 

특히 요즘에 있어 대기환경 탓으로 좋은 날씨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산행 때는 날씨가 최대 관건입니다.

내가 산길을 걸어가는 이유는 그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산행은 역시 주변의 산세를 짚어보는 조망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맥들의 어깨동무, 파도같이 밀려오는 산맥의 출렁임, 그리고 명암으로 드리워지는 산세의 아름다움은 정말 눈부신 것이죠.

 

또한 산길은 변화무쌍함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나타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달 전에는 나목의 가지였지만 지금은 연록의 잎들로 무성해졌습니다.

계절마다 갈아입는 옷이 매년 똑 같은데도 불구하고 매번 바뀌는 계절의 변화는 신기하기도 하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바라보게 됩니다.

숲길에 이는 바람의 서늘함이 다르고 스쳐가는 소리도 다릅니다. 그 자연에 내가 동화된다는 것, 한몸이 된다는 것, 어찌보면 위대한 탄생입니다.

 

호남정맥의 첫 구간인 모래재-슬치재 구간에서의 조망의 압권은 역시 만덕산을 오르다 되돌아보는 구불거리는 지나온 능선길과

그 뒤로 우뚝 서 있는 연석산과 운장산의 웅장한 산세와 그 우측으로 펼쳐지는 마이산을 중심으로 한 금호남정맥의 산들이지만,

일부는 장쾌하게 바라보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짙은 연무에 사로잡혀 어디에 숨어있는지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탓하려 하지 않으려 합니다. 왜냐면 그것은 내탓이 아니고 하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쫓는 일이고, 크고 작은 것들에 일희일비 해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산은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그런 담대함을 가르치고 있고, 너그럽고 융성한 마음을 지니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산행을 통해 나는 곡선의 삶을 깊이있게 사유해 보았습니다. 모든 산길이 모두가 곡선을 그리는 산길이긴 하지만 오늘 걸은 산길은

유독스럽게도 굴곡진 꺽임과 구불거리는 곡선의 길이 24Km나 될 정도나 멀고도 지루하게 이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길은 좋아하고 그런 길을 사랑스러워 합니다. 왜냐면 그런 길을 통해 나를 돌아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길은 그래서 신비의 길이고 환희의 길이며 고독스런 길이라고 합니다. 특히 미답의 길은 그런 이유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죠.

짧지 않은 24Km의 거리는 많은 힘이 들었지만, 돌아보니 커다란 족적이었고, 삶에 있어 남을만한 추억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땀을 흘린 만큼 고독스러웠고 주변의 산세를 짚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더많이 남은 산행이었습니다.

 

호남정맥. 그 머나먼 길, 이제 시작의 발걸음을 뗐습니다. 부디 중도하차없이 무탈하게 산행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누구나 마음을 낼 수는 있지만 아무나 끝낼 수 없는 것이 맥산행이라고들 합니다.

다시 돌아보는 포토산행, 그래서 지나온 그 길을 다시 봄으로써 매일매일 마음을 다지려 합니다.

 

 

 

 

 

주화산을 지나 호남정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산행들머리인 <전주공원>이 있는 이 곳.

 

바로 <모래재>로써,  이 곳은 지난번 금남호남정맥을 타고서 내려섰던 그 곳이다.

 

한번 걸었던 길을 다시 걷는다는 것은 별로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정맥구간 산행은 이럴 수 밖에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자~~본격적인 호남정맥길의 등로에 이제 올라섰다.

 

들머리인 모래재에서 날머리인 슬치재까지는 멀고도 긴 구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5키로가 넘는 아주 지루하고도 먼 구간이라 즐기듯 하면서 가지 않으면 안된다.

 

마침 지난달에 걸을 때와는 완전히 계절이 바뀌어져 있어 등로가 색다른 풍경이라 다소 지루함을 달랠 듯 하다.

 

하지만 대간이든 정맥이든 오르내려야 하는 길이어서 단단히 마음을 먹지 않으면 고독한 산행이 될 수 밖에 없다.

 

등로의 오름길을 오르다 주변을 조망해보지만 짙은 연무로 인해 주변의 산명이 분간이 안된다.

 

얼마나 걸어 왔을까? 모르고 지나칠 뻔 했는데 <짐마봉>이란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 있다. 

 

사실 이 곳을 오르다가 우측으로 90도로 꺽어야 하는 곳인데 일부의 앞선 사람들은 알바길을 향해 직진해 버렸다.

 

짐마봉을 지나 어느 산모퉁이를 돌다가 바라본 만덕산을 향해 가야하는 능선길을 조망해 본다.

 

만덕산이보이지만, 만덕산까지는 지그재그형의 산길을 돌아가야 하니 그 곳까지도 보통 먼길이 아니다.

 

그리고 이 곳은 등로상의 옛<곰치재>이라, 잠시 서서 곰치재의 유래를 살펴본다.

 

녹음이 우거져가는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상쾌한 일이고 기분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길을 걷는데에는 이런 수고쯤은 각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역시 오르막은 힘이 든다.

 

작은 산봉을 하나 넘으니 만덕산을 향한 거리는 조금 가까워졌지만, 우측에 또다른 오름길이 기다리고 있음을 바라본다.

 

그리고 내려서니 <곰재 전적비>가 산객을 맞이하고, 왜 이 곳에 전적비가 있는지 그 유래를 살핀다.

 

전적비를 뒤로한 채 그 길을 다시 내려서니~~~

 

전북 진안군과 완주군의 경계인 <웅치> 즉 <곰재>에 도착하고, 만덕산을 향한 길은 다시 우측 능선을 따른다.

 

금호남정맥의 부귀산에서 바라봤던 만덕산은 그리 멀어보이지 않더니만 막상 등로에 올라서니 정말 멀기만 하다.

 

올라서니 또 내려서고, 내려서니 또 올라서야 하는 것이 산길이라 하지만, 이런 길을 걷는 자체가 고행이고 수행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은 원불교수련원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는 곳, 그러고보니 만덕산은 원불교와도 관련이 있을성 싶다.

 

그 갈림길을 지나니 본격적인 가파른 길이 시작되고 숨이 목에 찬다. 이 구간이 오늘산행의 최고 힘든 오르막이란다.

 

그 길을 올라서니 작은 바위전망터가 자리하고 있고, 그 곳에서 지나온 길을 조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북 익산 - 경북 포항간 고속도로가 시원스럽게 나있고, 지난번 부귀산-주화산 구간에서 봤던 연석산,운장산이 조망된다. 

 

짙은 연무만 아닌 날씨였다면 굽이치는 호남정맥의 산능과 멀리 마이산까지 뚜렷이 조망이 될터인데, 너무 아쉽다.

 

작은 바위전망터를 뒤로하고 또다시 오름길을 재촉해 올라서니 만덕산으로 가는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그 삼거리에서 100미터 정도만 가면 표지석은 없지만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만덕산>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

 

만덕산에서 인증삿을 하고나면 다시 삼거리로 돌아나가야 하지만, 만덕산에서 앞으로 가야할 길을 조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바라다보이는 굽이치는 산능이 만덕산삼거리에서 슬치재로 이어지는 산능 구간이다.

 

그리고 다시돌아 나온 삼거리, 갈길이 먼 우리는 이정표의 좌측길을 따라 다시 장도에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길을 가다가 어느 벼랑전망터에서 돌아본 <만덕산>, 발이 게으른 사람은 저 만덕산을 가지 않고 이곳에서 바라보기만 한단다.

 

오능 산행에서 제일 전망이 좋고 절경인 구간이 바로 이 곳이 아닐런지~~~

 

이 곳에 서면 슬치재까지 가야하는 호남정맥의 산능이 한눈에 조망이 된다. 그래서 산은 설레임이 되고 그리움이 된다.

 

그 절경인 곳을 내려서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조금 늦은 중식을 이곳에서 해결한다.

 

그러나 갈길 먼 사람들이 마냥 퍼질러 앉아 놀고 있을 수만은 없는 듯, 또다시 맥길을 내달리기 시작한다.

 

사방이 벼랑인 바위봉에서 되돌아본 만덕산삼거리까지의 길이 연록의 숲길에 쌓여 있는 것이 한눈에 잡힌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우측으로 조망을 해보지만, 멀리 아련히 마이산이 눈에 들어오긴 하나 카메라엔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또 고개를 더 돌리면 멀리 덕태산과 성수산도 보일테지만 오늘 날씨로는 조망이 어림도 없다.

 

하지만 바위봉을 넘어면서 바라본 갈길은 그래도 확연히 뚜렷하게 길을 밝혀주는 것이 고맙고 다행스럽다.

 

조망속의 산능이 곡선상의 부드러움으로 가득하지만 막상 그길을 들어서면 오르고 내리는 길이 수없이 많다.

 

그것이 산길이고 또한 그 길을 걷는 매력이자 아름다움이다.

 

지난 가을에 떨어졌던 낙엽이 뒹굴지만 계절은 또다시 떨어질 그 가을을 향해 무성한 잎을 만들어내고 섰다. 

 

얼마나 걸었을까, 모두가 지치고 힘든다. 이렇게라도 조금은 쉬어야 살것만 같은 정맥 산행길. 왜 우리는 이런 길을 걷는 것일까.

 

그러나 산객들은 말이 없다. 아니~~대답할 필요가 없는 것일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도상에는 566m봉이 표시해 놓았지만. <사자산>이라고 누군가 표지판을 달아 놓았다.

 

위의 지점은 지도상으로는 절반의 지점을 통과하는 곳인 듯 싶다. 그러고 보면 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 먼거리를 산객들은 잘도 가지만, 세월 탓인지, 아니면 나이 탓인지 나는 어쩐지 걸음이 자꾸만 뒤쳐지는 것만 같다.

 

꽉 막힌 산길만 걸어오다 답답했는데, 탁 트인 이 지점에 서니 속이 조금은 후련해진다.

 

길이 멀고 지루할 때면 의례히 탈출의 유혹을 받지만, 맥길을 빼먹지 않기 위해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래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본다. 저런 길을 걸어왔는데 힘들다고 여기서 멈출 수 없음을 마음으로 다짐하게 된다.

 

우리의 삶이 이런 산길을 걷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이런 유혹과 뿌리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한 삶이 기다리고 있고 종주의 보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느 삼밭을 통과하며 냄새만으로 충전한다.

 

그리고 잠시 후 산봉도 아닌 곳에 <남산>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남의 삼밭을 피해 이곳에다 붙여 놓은 것일까. 

 

어쨋든 지도상의 416m봉을 지나고 있음을 알게 해주고 있어 감사한 배려이다. 

 

호남정맥길이 많이 고도가 낮아졌고 고도의 높낮이도 이제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내리는 기분이다.

 

때로는 이런 편평한 땅길도 나오고, 하늘도 뚫려 있어 걷기에도 갑갑함이 덜해서 좋다. 

 

맥길이 개인 사유지에 포함되어 있어 때로는 이런 길이 맥길인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때도 있다.

 

하지만 길은 역시 조금 답답해도 숲으로 들어와야 제 맛도 나고 사진의 그림 맛도 나는가보다.

 

슬치재가 가까이 오고 있음인지 길은 자꾸자꾸 굽이쳐 돈다.

 

지도상에는 표시가 되어 있지 않지만 이곳이 해발 447m인 <황산>이란다.

 

그렇다면 황산을 벗어나면서 이제 거의 산길을 벗어나는 셈이다.

 

맥길이지만 이제부터는 개간된 산길의 임도를 따라 걷는 또다른 정맥길을 체험한다.

 

맥길이지만 산길이고 또한 밭길이다. 세월이 흐르면 맥길은 사라지고 자꾸만 이런 길을 따라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이런 길이라 해도 후세의 사람들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이런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고~~

 

왜냐면 숲길의 산길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산의 맥은 끊어지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산의 맥이 흘러간다고 하지만 이렇게 길이 나 있으면 헷갈리는 것도 또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 이곳은 어느 고속도로인가. 도상에는 없지만 순천-완주간 고속도로가 또 이렇게 건설되어 지형이 자꾸 바뀌고 있다.

 

이제 이 길만 벗어나면 과연 오늘 산행이 끝이 날 것인가. 여기서도 추측이 안됐지만~~~

 

그곳을 빠져나오니 슬치재가 있는 어느 모텔 옆길을 따라 내려선다.

 

내려서니 이곳이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슬치재>이다. 시원스런 맥주 한잔에 저녁까지 이곳에서 해결하고서 다음을 기약한다.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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