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경북청도 <선의산/용각산> 비슬지맥 제4구간 산행

심헌 2013. 12. 8. 11:09

<2013.12.07(토) 경북청도 선의산/용각산 산행사진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이이재>618봉>전망바위>선의산(756m)>710봉>570봉>지맥갈림길>용각산>지맥갈림길>530봉>보리고개>490봉>남성현재

GPS상 산행거리  13.8 Km  , 약 6 시간 20 여분 소요 (중식,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 지형도입니다 -

 

 



 

낙엽, 그 바스락거림~~~



 

바람의 차가움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12월의 첫 주말. 절기상 '대설'이건만 하얀 눈을 맞으며 산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지만 현실은 아닙니다.

이제 한 장의 달력만을 남기고 있는 올 한해도 이렇게 소리없이 흘러만 가지만, 산으로 또 산으로 향하는 마음과 발걸음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12월이라는 단어는 왠지 쓸쓸하고 허전합니다. 또 한해가 가버리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음만 가득히 두고서 아직도 가보지 않은 산들이 있어서일까요.

 

바람에 일렁이는 낙엽들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떨어지던 모습들이 엊그제의 계절인데, 이젠 그 떨어진 낙엽이 굴러다니는 쓸쓸한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겨울의 바람은 참으로 모집니다. 매달려 있고 싶어하는 낙엽을 떨어지게 하더니 이제는 그것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애를 먹이니 말입니다.

거기다가 떨어진 낙엽의 더미를 보며 생과 사의 경계가 무엇인지 잠시 상념에 젖어보련만, 휑하니 불다 사라지는 바람은 그 상념마저도 쓸어가 버립니다.

 

새벽을 나선 골목길의 언저리에는 그렇게 요리조리 몰려다니는 낙엽들이 세월의 무상함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산을 향하는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옵니다.

계절은 묵은 해를 보내며 이렇게 버리고 비우고 있는데 길을 나서는 사람은 또 뭔가를 갈구하는 마음과 얻어려는 마음으로 이 길을 걷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떠나는 사람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산행은 비우고 버리려고 가는 곳이지 결코 탐심으로 가득찬 뭔가를 가져오려고 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도 길을 나서 찾아가는 곳은 비슬지맥의 한 구간인 경북청도의 <선의산과 용각산>입니다. 몇년 전에 다녀온 곳이지만 오늘의 모습이 또 궁금합니다.

왜냐면 산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계절따라 세월따라 바뀌는 산의 모습은 또다른 매력과 아름다움으로 무장을 하고서 우리 앞에 설것이니 말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가보았던 산을 오르고 또 찾아가는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이 산을 찾는 것일까요, 아니면 산이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일까요.

 

어쨋든 사람은 산을 찾아가고 또 오릅니다. 그리고 하루를 마음껏 즐기고 때론 호연지기를 부리며 대자연이 안겨다 주는 온갖 호사를 누리다 내려옵니다.

 산은 그래서 매력일 수밖에 없고, 그리움이고 기다림이며 다가섬의 대상인지도 모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선 기피가 있을지언정 산은 접근의 대상입니다.

싫다면 싫은 표정을 애써 나타내는 인간들처럼 표내지 않고 그저 넉넉한 웃음과 포용으로 너른 가슴으로 안아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산행의 들머리인 <이이재>를 출발해 능선을 치고 오르면서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등로에 누워있는 낙엽들을 하나 둘 불러세우며 구르게 합니다.

나목에 달라 붙어 있던 낙엽들이 모조리 떨어진 이후로 이 길을 아무도 걸어가지 않았는지 낙엽의 바스락거림은 청춘의 아우성처럼 청초한 소리입니다.

바스락 바스락~~~발목으로 스치는 소리며 발바닥에 으깨어 지는 소리는 그야말로 신선함 그것입니다. 죽어서도 저리 아름다운 소리를 제공해 주다니.

 

오늘 걸은 비슬지맥의 선의산, 용각산의 구간은 등로를 구르며 쌓인 낙엽들로 인해 지루함 없는 걷기였으며, 자연의 때묻지 않는 소리여서 좋았습니다.

선녀가 하강해 춤을 추는 형상을 하고 있고, 이 산의 정기를 받으면 8정승이 때어난다는 설화를 지닌 <선의산>에 서면 비슬지맥의 구간이 선명합니다.

지나온 대왕산에서 굽이치며 이어져 오는 산세를 비롯 용의 뿔의 모습을 한 용각산과 남성현재로 이어지는 완만한 육산의 산능은 유장함 그것입니다.

 

그리고 진달래가 만발하게 피는 봄의 산인 용각산에 서면 운문지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청도의 산인 대남바위산, 시루봉, 오례산 등이 당당하고,

운문호는 보이지 않지만 그 방향으로 조망하면 학일산을 비롯하여 통내산, 토한산 등의 산세가 비슬지맥이 부러운듯 이곳으로 힘차게 달려옵니다.

다만 오늘 산행에서 작은 아쉬움이 있다면 대기 중의 미세먼지로 인한 뚜렷한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고 조망상태가 그리 맑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조망상태가 좋았다면 청도의 남단에 걸친 산을 넘어 운문지맥의 산들도 조금은 볼 수 있었을테고, 비슬산으로 이어지는 비슬지맥도 헤아렸을 것입니다.

용의 뿔이라는 뜻을 가진 용각산에 서면 청도가 왜 전국에서 최고의 소싸움의 전통고장인가를 용각에서 찾는다면 잘못된 나만의 헤아림일까요?

산세와 지세를 통해 많이 알게되는 것이지만 산의 정기를 이고 사는 우리나라의 지형상 산명이 품고있는 사연이 그 고장과 관련이 있음을 보게되죠.

 

오늘의 산행은 뭐니뭐니 해도 낙엽밟는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압권인 산길이었습니다. 담아온 사진속에 그 소리까지 새겨졌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산행은 끝이 났지만 그 바스락거리는 청음은 아직도 귀에 쟁쟁거립니다. 산행의 순간은 시간이 흐르면 추억이 되고 회상이 되고 또한 역사가 됩니다.

그리고 산행은 되돌보는 것이기도 하고 들추어 내어 웃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행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비슬지맥 제4구간인 오늘 산행의 시작점은 이곳 청도에서 경산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이이재>부터이다. 

 

들머리를 찾아 능선에 올라서니 경산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산객의 첫걸음을 맞이하고~~~

 

짙게 깔린 낙엽은 지난 여름의 이곳이 얼마나 무성한 잎들로 수놓았는지를 가음하게 해준다.

 

우리들의 방식으로 지맥을 타는 관계로 이미 먼저 이곳으로 올려보낸 산님들은 멀리 앞서 가있는지 현재로선 알길이 없고~~~

 

차량이동으로 인해 뒤늦게 산을 오른 우리 몇몇은 앞서간 그들을 쫓아 잰걸음으로 낙엽진 산길을 헤쳐간다.

 

누렇게 변해버린 등로는 계절의 무상함과 세월의 무게를 동시에 안고 있고~~~

 

그 길을 걷는 우리들의 마음 또한 누렇게 변해버린 겨울산길을 걸으면서 계절변화가 가져다 주는 깊은 사유에 빠져든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쉼없이 변한다. 변하지않을 것 같아도 한시도 머무름 없이 줄기차게 변해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그 변화가 바로 이런 풍광이고 송두리째 그 모습 전체를 보려면 이렇게 모든 것을 비운 이 상황에 주시해야 한다.

 

겨울은 고독하다. 그 길을 걷는 인간도 고독하다. 혼자이어서가 아니라 다가올 내일을 기다림으로써 고독한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바위전망터에 올라선다. 지나온 비슬지맥의 3구간에서 만났던 대왕산이 멀리서 몸짓을 해온다.

 

그리고 그 우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지난 무더운 여름, 비지땀을 흘리며 걸었던 학일산을 비롯하여 통내산으로 이어지는 산그리메가 다가선다.

 

산은 이렇다. 멀리 있는 것 같고 깊숙히 숨어 있는 것 같지만 바라보면 언제나 곁에서 지켜보고 있음을 그제서야 안다.

 

그래서 산은 묘한 매력을 지녔고 알다가도 모를 다가섬의 정겨움이 서려 있기도 한다.

 

겨울산이 좋은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이다.

 

사유하는 사이 벌써 선의산에 도착하는 것인가. 예전에 왔던 곳이니 철계단을 오르면 선의산 정상임을 알겠다.

 

<선의산>이라, 선녀가 하강해 춤을 추는 형상의 산세와 이곳의 정기를 받으면 8정승이 난다는 설화가 있는 곳이고 일제의 쇠말뚝이 있던 곳이다.

 

찍사만 빠지면 사진 속의 인물이 8명이니 8정승의 기운을 받아갈 수 있는 행운을 얻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산정의 전망테크는 아주 멋진 천상의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장소로 손색이 없다. 오늘은 우리들 만이라 이런 호사를 누린다.

 

식사를 끝으로 전망테크에서 바라본 주변의 조망들. 앞선 전망바위에서 이미 보았던 비슬지맥의 대왕산 구간이고~~~

 

비록 역광에다 대기 중의 꽉찬 깨스로 인해 조망이 뚜렷하지 않지만 저곳도 내발길이 한 때는 스쳐 지났던 곳이라 정겹다.

 

또한 시선을 정남으로 돌리면 앞으로 진행해야 할 <용각산>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능선이 깨스를 머금은 채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섰다.

 

그래서 <선의산> 정상을 내려선다. 두고온 아쉬움은 없지만 남겨두고 가는 아련함은 있다.

 

내곁의 산이고 스쳐가는 곳이긴 하지만 그런 정겨움 조차도 없다면 감정이 메마른 그저그런 산객일 뿐일테지~~~

 

몇년 전엔 이 길을 춘삼월에 걸었다. 드문드문 진달래가 피긴 했지만 오늘의 산길과 비슷했다. 

 

당시 계절은 봄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아직 나목에서 새싹이 움트지 않았으니 지금과 크게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등로에 깔린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그 때보다 오늘이 더 요란한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소리가 귀에 거슬릴 만큼 나쁘다거나 싫다는 뜻이 아니다.

 

계절을 달리해 매년 떨어지고 깔리는 낙엽이지만 오늘의 소리는 예전과 다른 청초함에다 자연스런 청음이어서 좋다.  

 

그것뿐이랴, 소나무 숲길에서 만나는 겨울새가 지저귀는 청아한 소리는 탁한 소리만 듣던 우리 인간들의 귀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이제 봄의 산이라고 하는 용각산의 진달래 군락지로 들어서며 진분홍,연분홍의 물결이 이는 진달래 화원을 미리 연상해 본다.

 

진달래가 활짝 핀 천상의 화원 너머로 비슬지맥의 산세를 배경으로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 계절이 아직 아니라서 그런지 용각산의 산정에는 지맥을 타고 있는 우리들만이 계절의 꿈을 미리 먹고 있고~~~

 

선의산의 산정기를 받은 8명의 산객이 겁도 없이 용의 뿔 위에 앉아 이곳을 오른 축배의 웃음을 짓고 있다.  

 

용각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선의산의 넉넉하고 부드러운 산세. 비슬지맥은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으로 해서 이곳까지 왔다.

 

선의산에서도 봤던 저 풍광을 이제는 용각산에서 각도를 달리해 바라본다. 산은 언제나 이렇게 곁에 머문다.

 

역광과 짙은 연무가 뚜렷한 시야를 제공하지 않지만, 지난 봄철에 저 산봉들을 누비고 다니던 기억들이 다시 이곳에 서니 새록하다.

 

용각산이 품고 있는 진달래 군락, 그리고 그 좌측 능선을 따라 남성현재까지 휘감아 도는 비슬지맥 산능의 유장함을 보며 산을 내려선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낙엽의 진한 바스락거림~~~

 

또 산봉을 넘어서며 이어지는 소나무의 숲길~~~

 

산은 이 길을 따라 걷는 산객들에게 자신을 깊숙히 되돌아보도록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안겨준다.

 

그래서 산길은 고마움이고 무언으로 가르치는 스승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우리는 왜 이 길을 걷고 있으며, 왜 이 길을 가기를 고집하는가? 물론 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겠지만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걸었고 또 누군가 걸어올 이 길을 걸어야만 하는 운명. 그것은 산이고 길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시작이 있고 끝이 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려서지 않는다면 끝이 없다면 산을 오를 이유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해가 기울고 있는 가운데 <보리고개>에서 잠시 걷던 길을 멈춘다. 물론 지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산행은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쉬는 법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멈춤이 없으면 오래 갈 수가 없고, 혼자 달아나면 빨리 갈 수는 있을지언정 멀리갈 수는 없다. 그것이 멈춤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오름길을 오르다 되돌아 본다. 앞에만 가야할 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뒤로도 연인같은 산이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산은 돌아봄의 미학이 존재하는 곳이고, 돌아봄으로써 두배를 즐길 수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하산지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는 지점, 산길은 더욱 더 많은 낙엽의 더미를 기분좋게 안겨주며 그 소리를 들어보라 말한다.

 

오늘 비슬지맥 산행에 있어 마지막 산봉을 넘어서며 생각 하나를 정리해 본다.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화두는 무엇일까? 

 

한해의 올바른 갈무리, 세상사의 바른 이치, 청음이 있는 자연의 세계, 그리고 무상의 도리 등 수많은 화두의 울림이 일렁인다. 

 

무엇을 생각하든 무엇을 하나 가지든, 오늘 산행에서 낙엽의 바스락거림은 아름다운 산행을 하는데 분명 일조를 했다.

 

그 아싹거리는 청아한 소리가 산길을 따라 이 고개까지 내려서지만 다음 구간에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면 또 욕심이 되는 걸까? 

 

이제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오늘 산행을 갈무리 할 종착지인 <남성현재>. 하늘엔 작은 노을이 비치면서 오늘 산행을 여기서 끝낸다.

 

그리고 산행 말미의 팁으로 담아본 소싸움 고장의 상징물인 <청도의 황소>

 

비록 조형물이지만 리얼한 모습에다 역동감이 넘치는 소싸움의 모습이 산행의 덤으로 볼 수 있어 좋다.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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