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강원영월 <운교산> 첫눈산행

심헌 2010. 11. 29. 16:44

<2010. 11. 27 (토) 강원 영월 운교산 산행사진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김삿갓면 외룡리 내리교>산불감시초소>운교산(922m)>885m봉>암릉구간>석이봉>녹전중학교 

실제거리 약 12 Km  , 총 4 시간 30분소요

<함께 한 사람 : 창원거인산악회 38 명 회원> 

 

- 산행코스입니다 -

 

 

날씨가 상당히 쌀쌀해졌고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중부지방에서는 비 또는 눈이 온다는 예보가 주중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멀리 산행을 떠나는 한주가 되면 뉴스시간의 일기예보에 시선이 집중하는 것은 하루 중의 당연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겨울산행은 이런 날씨의 변화무쌍함이 늘상 열려있기에 배낭에는 눈산행을 대비한 월동장구가 갖추어져 있어야 하겠죠.

 

하늘이 내린 땅이라는 강원도. 그 것도 고산과 준령이 첩첩이 둘러싸고 있고 단종의 애사와 방랑시인 김삿갓의 흔적이 살아숨쉬는

영월 땅으로 산행을 떠납니다. 아침의 날씨는 맑았지만 산지의 날씨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졸다가 책을 읽다가 죽령터널을 지나

단양을 거쳐 찾아간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외룡리를 찾아가지만 산불주의 기간임에 입산여부가 산행의 첫 걱정거리입니다.

 

차창으로 바라보이던 맑던 하늘은 산행의 들머리인 <내리교> 앞 삼거리에 들어서니 서서히 하늘은 눈구름으로 뒤덮습니다.

다행히 산불감시원들이 없어 입산의 걱정을 들면서 빈 나목 아래 딩구는 낙엽을 밟으며 운교산과 한몸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입산한지 50여분이 지났을까요? 하늘을 뒤덮었던 눈구름은 가차없이 눈발을 날리기 시작합니다.

 

운교산의 이름답게 구름을 몰고와 졸지에 첫눈 산행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수히 깔린 낙엽을 밟고 올라서기도 버거운 판에

낙엽을 뒤덮은 하얀 눈길은 마치 걸음걸이 시험이라도 하듯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엉거주춤거리게 만듭니다. 

첫눈을 맞으면 행운이라고 했지만 오지의 산속에서 월동장구도 없이 만나는 함박눈은 위험을 무릅쓴 험난한 길이 됩니다.

 

영월은 평창, 정선과 함께 산다삼읍(山多三邑)이라고 할 만큼 산이 많고 높고 험준해 남한의 산수갑산이라고도 합니다.

운교산은 산정이 늘 구름에 가려있어 운적산이라고도 하며 빼어난 암릉과 노송이 그림같이 조화를 이루어 숨어있는

산으로써 가을의 단풍이 일품이라는 소문이지만 계절은 이미 떠났고 오늘은 설경을 이룬 운교산을 보게 되었습니다.

 

기록을 보니 이 산의 모산은 백두대간상의  함백산(1.573m)이고 함백산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백운산(1,426m)과

 민둥산(1,466m)을 지나 계속 서진하다가 예미산(989m)과 사라리재(600m), 935봉, 망경대산(1,097.9m)으로 이어지고,

수라리재와 만경대산 사이 935m봉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이 옥동천에 가로막혀 우뚝 솟은 산이 운교산이랍니다.

 

운교산은 정상에서 북동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온통 바위로 이뤄져 있고, 바위마다 석이버섯이 많아 석이산으로도 부르며,

굽이굽이 동남녁을 여울저 흘러가는 맑은 옥동천을 굽어보는 운교산이라는데 오늘은 거센 눈발로 인해 조망은 꽝입니다.

특히 운교산은 오름길과 하산길 모두가 무척 가파르고, 운교산 산행의 진수는 절벽길인 능선길을 걷는 데 있습니다.

 

제1봉인 운교산 정상에서부터 시작되는 2봉,3봉,4봉까지 약1km의 암릉길은 절경능선의 백미를 보여줍니다만

오늘은 눈이 모든 것을 뒤덮고 있어 발아래만 보고 걷는 그 것으로 만족하려합니다.

굴참나무의 낙엽과 하얀 눈이 한데 딩굴며 빚어내는 그 길을 이제 다시 포토산행으로 한번 더 걸어보려합니다.

 

 

 

▼ 옛날같았으면 오지 중의 오지였을 강원 영월의 땅, 이 곳에 우리를 실은 차량은 멈추어 섰습니다.

 

▼ 산불주의 기간임에 입산이 쉽지 않아 차에서 내린 산님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손살같이 이 곳을 벗어납니다.

 

▼ 맑던 하늘은 차츰 차츰 눈구름이 덮여오고, 숲속으로 들기 위한 발걸음은 모두들 빠르네요.

 

▼ 세상을 살다보면 희한한 것을 만난다더니 하트모양의 쌍무덤이 지나던 발걸음을 멈춰서게 하는군요.

 

▼ 숲으로 들기 전에 되돌아본 방금전의 하차지점은 텅비었고, 우측의 깊은 골은 내리천으로 향하고 좌측은 목우산이 있는곳이죠.

 

▼ 겨울철은 산을 들기가 쉽지 않지만 들고나면 한가로운 걸음은 자신과 만나 숨바꼭질 하듯 자기를 들여다보며 걷게 합니다.

 

▼ 운교산을 향하는 오늘의 이 길은 쭉쭉 뻗은 소나무가 먼저 길을 열며 반기고~~~

 

▼ 짙게 깔린 낙엽의 오름길도 천천히 오르라며 미끄럼을 태우면서 반기는 방법을 달리하는군요.

 

▼ 부스럭거리는 낙엽의 속삭임은 또 한해가 이렇게 흘러감을 소리로 대변해 주고~~~

 

▼ 산을 찾은 산님들은 이런 자연의 메세지를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사이~~~

 

▼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전망터를 통과하면서 지나온 잠시 전으로 되돌아봅니다.

 

▼ 모든 것을 훌훌 벗어버린 텅빈 산길. 자신이 이 길을 걸어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뇌이는 시간이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 길이 있어서일까요,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텅빈충만을 보기 위해서일까요?

 

▼ 하지만 적어도 산길은 아름다운 마음을 지니기 위한 마음수련의 길임은 분명할 것입니다.  

 

▼ 왜냐면 산길은 비었지만 충만함을 안겨주고, 버렸지만 아름다운 이치들로 채워주기 때문입니다.

 

▼ 또한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함께하는 누군가가 곁에 같이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그 누군가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때론 나무이기도, 바람이기도, 소리이기도, 딩구는 낙엽이기도 한 것이죠.

 

▼ 그런면에서 보면 산길은 절절해 보이는 따뜻함이고 보살핌이며 너와 나의 아름다운 사랑의 길이기도 합니다. 

 

▼ 자연이 곁에 머물고 있음에, 자신이 자연의 보살핌으로 살아가고 있음에, 산길은 항시 감사함을 지니게 만듭니다. 

 

▼ 그 감사함이 있어 이렇게 산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과 어울리는 것이 아닐런지~~~ 

 

▼ 상대가 없는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음에 이렇게 함께하기에 공존의 아름다움이 생성되는 것이겠죠.

 

▼ 무수히 딩구는 낙엽들이 걸어오는 장난질에 산님들이 미끄러지면서도 즐거운 것은 이런 공존의 철학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 또한 그 공존의 아름다움 밭에 함께 하려는 또다른 무리가 있었으니~~~

 

▼ 그 것은 하얀 무리를 이끌며 나타난 겨울의 전령인 눈발입니다.

 

▼ 첫눈 산행의 신남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겨울장구들을 미처 준비하지 못함은 자칫하다간 낭패를 자초하기가 쉽죠. 

 

▼ 그 동안 까불거리던 낙엽의 무리들은 눈발의 위력 앞에서 꼼짝달싹을 못한 채 숨을 죽이고 있고~~~

 

▼ 세찬 눈발은 점령군처럼 들이닥쳐 금새 텅빈 산길을 주름잡으며 갖가지 그림을 연출하기 시작합니다. 

 

▼ 산행 중에 졸지에 만난 함박눈은 온 세상을 서서히 점령해가며 낙엽길도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 앞선 사람이 길자국을 내면 곧바로 따라와 없애버리고~~~

 

▼ 얄궂은 개구쟁이 마냥 그 장난질이 아주 신이 났는가 봅니다.

 

▼ 순식간에 쏟아 붓고 있는 함박눈은 이제 산님들까지도 묻어버릴 양 그 기세가 대단합니다요.

 

▼ 낙엽의 장난질도 만만치가 않았는데 이제 그 위를 점령한 눈까지 가세해 장난질을 해대니 제대로 길을 갈 수가 없군요.

 

▼ 세찬 눈발은 금새 나무에다 하얀 옷을 입히면서 설국의 세상을 표현해 내려고 아우성입니다.

 

▼ 아이젠들이 없어 걷기는 불편해도 눈세상이 펼치는 산길은 이제 아름다운 세상으로 돌변하고 있습니다.

 

▼ 강원도의 겨울산은 이렇습니다. 예보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기상이 돌변한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 설국으로 변해가는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아주 무서운 세상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 겨울산은 그래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언제든 대응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죠.

 

▼ 모든 것을 비우고 털어낸 나목들의 지혜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 텅빈 아름다움 만이 아니라, 모진 바람과 거센 적설에서도 이겨내어 자신의 새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란 것을.

 

▼ 그래서 그들의 지혜와 혜안에서 가르침을 받고 특별한 아름다움을 읽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 해발 922m의 운교산의 정상은 졸지에 눈벼락을 맞았고, 목우산을 대하고 있는 확트인 조망은 오늘은 조망꽝입니다.

 

▼ 첫눈을 맞은 행운은 가졌지만 겨울산행의 백미인 산세의 조망을 확보하지 못한 아쉬움은 이런 흔적으로 대신합니다. 

 

▼ 하지만 졸지에 만난 눈발은 정상을 지나면서도 마땅한 식사자리마저도 제공해주지 않아 식사해결도 정말 쉽지 않았죠이.

 

▼ 두 그루의 낙락장송이 선 전망터도 거센 눈발이 모든 것을 집어삼켜 제 기능을 못함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고~~~  

 

▼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당황스러움에 오직 빨리 내려서야 한다는 일념에 발아래만 바라보고 걷습니다.

 

▼ 하얗게 분칠을 한 운교산의 산세는 눈의 장막에 가리워져 무엇이 어떻고 저떻고를 논할 상황마저 감추어 버렸고~~~

 

▼ 뽀드득거리는 발자국소리, 나목의 가지 사이를 스쳐가는 눈발소리, 그리고 고요함 만이 이 길에서 만난 사연들입니다.

 

▼ 운교산이 구름의 다리라는 의미라면 오늘은 눈구름을 몰고온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한 것으로 기억에도 남겠죠.

 

▼ 먼 남쪽지방에서 강원 산간지방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첫눈 산행을 대접한 것에 또한 운교산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 바위 위에 선 노송의 전망터는 일품이건만 바라보이는 것이 없으니 "아흐~~미치겠네" 입니다.

 

▼ 죽은 놈 불알 잡고 흔들어봤자 소용없는 일처럼, 보이지 않는 전망터에서 눈비벼봤자 볼일 없기에 이렇게 하산합니다.

 

▼ 그래서 어느 아름다운 날, 자신이 이 길을 걸어갔고, 차가운 바람소리 만이 곁에서 함께 걸어갔음을 기억하렵니다.

 

▼ 고도가 조금 낮아 졌을까요?  망망대해처럼 보이지 않던 허공에 강원의 들녁이 내려다보입니다.

 

▼ 정상부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유일하게 바라본 전망 하나를 기억속에 담아가지만~~~

 

▼ 그 기억은 눈과 낙엽이 뒤엉킨 스릴넘치는 산길의 기억보다는 오래가지 않을 듯 합니다.

 

▼ 하산지점까지는 불과 얼마남지 않았다는 안내표지판이 힘든 산님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지만~~~

 

▼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하산길은 경사가 만만치 않은 길이 기다리고 있음에 단단히 조심해 내려서야겠죠.

 

▼ 그래도 후미에 선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다행스러워 해야 하는 것은 앞선 사람들이 눈을 털어 길을 내준 덕분에 있습니다.

 

▼ 산행길이 아름다운 길이 될 수 있음은 바로 덕분과 배려와 감사가 깃들어 있기 때문임을 또한 알아야합니다.

 

▼ 산을 내려섬은 언제나 아쉬움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아쉬움이 좀 더 커보이는 것은~~~

 

▼ 졸지에 만난 함박눈과 그 눈발로 인해 운교산 정상에서 보고자 했던 주변산세를 조망하지 못해서이고~~~

 

▼ 또한 멋진 전망터에 서로 둘러앉아 산정에서의 성찬을 함께하지 못해서이겠죠.

 

▼ 그래서 산행은 늘 아쉬움이고 부족한 미완이며 또 내일을 향한 기다림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 우리가 또다른 산을 꿈꾸며 기다릴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아쉬움을 그 때 채워넣기 위함일 수도 있겠지요.

 

▼ 그래서 진지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갑니다. 그 것은 또 가야하고 올라야 하는 내곁의 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 첫눈을 맞으면 행운이라고 합니다. 눈산행이 되고 만 운교산의 산행이 올겨울 산행에 있어 행운의 가교역할이 됐으면 합니다. 

 

▼ 엉금엉금 주춤주춤 힘들게 내려온 산님들에게 있어 그 체험은 눈산행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것입니다. 

 

▼ 하산완료지점인 녹전중학교 운동장.

 

▼ '운동장도 교실이다' 라는 녹전중학교의 운동장 위로 바라보이는 저봉우리를 거쳐 우린 이 곳으로 내려섰습니다.

 

▼ 380년이나 됐다는 교내의 오랜된 보호수에 잠시 눈길을 머물다 교내를 빠져 나오니~~~

 

▼ 교문 밖에 기다리고 선 귀가차량 위로 지나온 문필봉 같은 산봉이 녹전중학교에 인재를 배출할 복산인 듯 보이는군요.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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