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경남고성 <연화산/남산/갓골산> 낙남분맥 구간산행

심헌 2016. 12. 25. 18:31

<2016.12.25(일) 경남고성 연화산/남산/갓골산 포토산행입니다>

 

스및거리 :오서리>갓골산>성고개>봉화대>연화2봉>연화1봉>느재고개>연화산>운암고개>남산>황새고개>선유봉>옥녀봉>장군봉>주차장

GPS 도보거리 약 11.7Km  5시간(중식, 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 지형도입니다 -



 

 


서출동류의 옥천샘, 그 신비를 감싸고 있는 연화 위를 걷다


 

연꽃은 누구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꽃이지만 종교적으로는 불교를 상징한다. 연은 오염된 더러운 물에서도 티없이 잘 자란다. 아무리 탁한 물이라

하여도 연잎은 한방울이라도 탁함을 묻히지 않은 채 깨끗함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석가모니 부처님을 받드는 좌대도 연꽃이다. 소위 연화대다.

연꽃은 다른 꽃잎과 달리 화려하지도 않다. 은은하면서도 서민적인 색깔과 풍을 지녔다. 부를 상징하는 눈부신 빛남도 아니다. 민초들의 삶속에


소롯이 녹아있는 저자거리의 평범함처럼 자연 그대로다. 붓다는 왕자로 태어났지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온갖 고행의 삶을 살았다. 오탁악세의

온갖 유혹이 괴롭혔지만 마침내 자각한 부처가 되었다. 연꽃은 부처를 받든다. 더러운 곳에서도 깨끗함과 맑은 순수를 잃지 않는 것이 연화이다.

민초들이 연화세계를 꿈꾸는 것도 그 곳이 사람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깨달은 부처는 존귀하다. 그래서 연화가 귀히 감싸고 있는 것이다.


그 존귀한 부처를 모시는 곳이 법당이고 그 법당들이 위치한 곳이 사찰이다. 유명 사찰들을 보면 연꽃모양을 한 산세가 여러개의 봉우리로 둘러

싸여있는 경우를 더러본다. 그리고 그 산봉들을 일러 연화산(봉)으로 많이 불린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의 반열에 올라있는 경남 고성의 연화산이

이러한 산세를 가졌다. 산이 높고 화려하거나 기암절경의 산세를 가져야만이 이름있는 명산에 드는 것은 아니다. 고성의 연화산은 산이 높거나


화려하지도 않으며 탄성을 자아낼 만한 절경의 산세를 가진 산도 아니다. 그런데 왜 100대 명산의 반열에 이름이 올라가 있을까. 연화산 자락에는

고찰 '옥천사'가 있다. 옥천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당나라 지엄대사에게서 화엄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화엄을 강론하기 위해 신라 문무왕 10년

(670년)에 창건한 천년 고찰로써, 지금은 하동 쌍계사의 말사이지만 그 당시에는 '화엄종찰'로 지정되어 화엄10대 종찰 중의 하나였다. 통일신라


시대 '진경국사'와 고려시대 '진각국사'가 수학을 하며 거쳐간 곳이기도 하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에는 승병의 군영역할을 한 호국사찰이었다.

특히 한국의 10대 명수에 올라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산봉들이 마치 연꽃이 부처(옥천사)를 감싸고 있는 듯한 산세를 지녀

이 산을 '연화산'으로 부르는 것으로 보아 풍수적으로도 예사스러운 곳이 아니기에 명산의 반열에 올라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연화의


산세답게 사찰에 딸린 백련암, 청련암, 연대암을 보더라도 모두가 연화와 관련되어 있음도 이곳 산세와 무관하지 않다. 연화산이 중히 품고 있는

옥천사라고 하면 '옥천샘'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물이 차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옥천샘은 반대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서출동류의 샘'이라는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유명산의 서기는 옥천사에 옥천샘을 안겨준 것이다. 십수 년 전에 마셔보았던 그


물맛이 그리워서일까. 그 옥천사를 품은 무향의 연화산을 찾아 길을 나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화가 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으면 찾지 않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일탈은 궁금함이 없으면 꿈꾸지 않는다. 변화된 새로운 것을 만나려면 일탈은 필수이다.

일반은 정체이지만 일탈은 변화의 출발점이다. 삶이 윤택해지고 싶거나 즐거워지려거나 또한 살아있음을 느끼려면 일탈은 언제든 필요하다.


그래서 그 길에 섰다. 연화산과 만남이 시작되는 그 길에 섰다. 경남 고성군 영오면 오서리의 보호수가 있는 그곳이 오늘 산행의 출발지점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산행코스는 서쪽에서 출발해 태양을 안고 동쪽능선을 따라가는 길이다. 등로에 들어서니 된서리를 맞아 초주검이 되어버린

낙엽길이 산길을 열어준다. 찬기운에 이슬기를 머금은 길이 미끄럽다. 길은 나즈막한 산봉들을 오르내리며 수없이 에둘러 간다. 길이 아주 좋아


둘레길 같지만 여름철이면 잡초목들로 인해 방해를 많이 받을 길이다. 그래서 이 길은 겨울이 제격일성 싶다. 유순한 길이 길게 쭈욱 이어지다가

철탑을 지나면서 고도를 높이게 되고 삼각점이 있는 봉화대 봉을 오를쯤엔 된비알의 경사진 길을 오르게 된다. 춥지만 땀이 배이는 구간이다.

봉화대에 올라 너덜길에 서면 처음으로 트인 조망이 한가닥 눈에 들어온다. 연화1봉을 비롯해 연화산 주변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기막히게 좋다.


볼록 솟아있는 봉우리들이 마치 연꽃잎을 연상케 한다. 연화2봉은 봉화대 앞 지척에 자리잡고 있지만 봉화대의 위세에 가려 숨죽인듯 고요하다.

이름만 연화2봉일 뿐 1봉에 비해 표지석도 없이 초라하다. 이정표 기둥에 연화2봉이라 표시된 것이 전부다. 아마도 밋밋한 산봉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연화2봉에서 1봉까지는 유순한 능선길이지만 거리가 약 2키로 이를 만큼 간격을 두고 있다. 연화1봉에 올라서면 쉼터평상이 반가이


맞아주지만 표지석의 인증삿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연화1봉은 삼거리 갈림봉이다. 구례저수지 방향의 능선따라 올라오는 사람들과 만나는

날이면 1봉 정상은 인증삿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부산한 곳이다. 1봉에서 다시 연화산으로 가려면 느재고개로 내려선다. 십 수년 전 옥천사의

뒷길 능선을 따라 1봉으로 올랐다가 느재고개로 내려섰던 지난날의 길이건만 그 당시에 느꼈던 길추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초행길처럼


생각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세월이 기억을 잡아먹고 있음에 늙어감은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느재고개에 내려서서 아스팔트를 따른다.

그러다 산길로 접어들면 남산으로 곧장 가는 등로와 연화산을 오르는 등로가 갈린다. 얼었던 땅이 녹아 약간 질퍽거리는 등로를 돌아 올라서면

돌탑봉의 숨어있는 조망터 하나를 만난다. 그곳에 서면 비로소 100대 명산의 반열에 든 연화산세가 정확한 윤곽을 드러내며 한눈에 들어온다.


봉화대에서 2봉을 거쳐 1봉에 이른 산세와 옥천사를 내려다보고 있는 연화산이 남산을 거쳐 선유봉, 옥녀봉,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낙타등 같은

산세가 눈에 쏙 들어온다. 이런 연꽃같은 봉우리들은 한가운데 옥천사를 소롯이 감싸고 있는 모습에서 신라 의상대사가 왜 그 자리에 옥천사를

세웠는지 범부의 눈으로도 확인이 된다. 명산고찰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를 돌탑봉에서 확인하고 나면 잠시 후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연화산>에 선다. 반가이 웃고 있는 장승을 꽂아 놓은 돌탑과 표지석이 찬바람을 맞으며 마주하고 서서 산객들을 맞이하기에 연신 신이 난다.

연화산은 그 산줄기로서는 낙남정맥상의 성지산 부근에서 뻗어나온 분맥이다. 100대 명산에 들기도 하지만 고성의 10대 명산에 속해 있다.

고성의 진산인 거류산을 비롯해 유명산들이 많이 있지만 연화산만이 100대 명산에 들어 있어 고성이 자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산이 연화산이다.


연화산에서 다시 남산방향으로 가려면 운암고개로 내려서야 한다. 남산이라는 지명은 수없이도 많지만 이곳의 남산은 연화산이나 연화1봉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남산이 아니다. 옥천사에서 봐도 정남이 아니라 동남간에 위치하고 있어 무엇을 기준으로 남산이 되었는지는 풍수학을

모르는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조금 궁금하다. 남산의 동쪽 능선 200m지점에 갓바위가 있어 보고 되돌아와도 괜찮다. 돌아와 황새고개쪽으로


내려서야 낙타등 같은 세 개의 작은 산봉을 갈 수 있다. 황새고개를 지나면 다시 오름길이 이어지면서 조금 힘들다는 불평이 입속에 맴돈다.

높지 않는 산봉이지만 하산길에서 만나는 오름길은 마음자세부터가 태만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선유봉, 옥녀봉, 장군봉(탄금봉)은 스쳐가는

봉우리로 만족하면 된다. 이런 나즈막한 봉우리에 왜 거창한 이름들이 붙여졌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볼 것도 특징도 없다. 산의 유래도 없다.


초행길의 산객들에게 그곳을 걷는 의미를 새길 수 있도록 안내판 정도는 지자체가 설치를 해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덩그러니

입간판 하나 세워 놓은 것이 산봉과도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세 개의 봉우리를 넘어서면 시설지구의 주차장으로 내려서게 되면서 오늘산행은

끝난다. 능선종주코스로 인해 옥천샘의 물맛을 보지 못했지만 연화의 길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게 자각하는 삶인지 다시 돌아보는 산행이었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가 되는 고성군 영오면의 오서리삼거리 앞 


그곳엔 아주 오래된 노거수가 있는데 보호를 받고 있는 보호수란다. 


산에 들자마자 미끄러운 낙엽이 자욱히 깔린 오르막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이번 산행의 코스는 서쪽에서 출발해 떠오르는 태양을 안고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걷는다.


코스는 능선을 따라 다소 오르내림이 있긴 하지만~~~


아주 유순해 마치 둘레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전골못으로 내려갈 수 있는 이곳 갈림길에 이정표가 낮잠을 자듯 쓰러져 누워 있다.


길이란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산길을 걷고자 하는가? 그러기 위해 왜 길을 나섰는가? 


언제나 그러하듯 산에 들면 그 산길을 걸어야 하는 자신에게 그 물음은 진지하게 다가온다. 


길이 있기 때문에, 산길 밖에 없기 때문에~~~이런 진부한 답을 듣고자 자신에게 묻는 것은 아니다.


태초에는 길이 없었겠지만 언제부턴가 누군가의 발걸음으로 인해 길은 있어 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갔을 그 길에서 왜 우리도 이 길을 걷고 있는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쩌보면 길이 그것을 더 물어오고 있는지 모르겠다.


산길에 대한 우문을 생각하다 만나는  철탑 지점을 통과하고~~~


고도가 높아지는가 했는데 길은 산허리를 따라 나있어 한결 고도를 치기가 쉽다.  


옥동마을과 갈리는 능선길, 길은 다시 유순해지고~~~


나목사이로 슬금슬금 기어오는 오전의 햇살이 있어 좋긴 한데~~~ 


가끔은 역광의 눈부심으로 인해 카메라에 담을 산봉이 이렇듯 사라지기도 한다.(봉화대 봉우리가 역광에 사라짐)


봉화대가 있는 봉우리를 향해 오르는 소나무길. (이곳부터 정상부까지는 된비알의 오름길이 한참동안 이어짐)


된비알의 오름길을 올라서면 만나는 이정표, 이곳을 돌아 오르면~~~


아무런 표시는 없고 외로이 삼각점 만이 잡목 속에 숨어 있다. 하지만 이곳을 돌아나가면~~~


이 봉우리가 봉화대가 있었던 곳임을 이렇게 알려주고~~~


그 흔적으로 봉화대 주변에 이런 잡석들이 널려 있고 돌탑들도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것이 '연화2봉' 지점


봉화대와 연화2봉을 이어주는 능선길


잠시후면 이정표가 표지석을 대신하는 <연화2봉>에 선다.


연화2봉을 지났다면 이제 만날 봉우리는 연화1봉. 유순한 길은 빠른 걸음걸이를 유도하는데~~~


길이 꺽이는 내리막에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곳에 연화1봉이 수림사이로 다가온다.


산길을 따라 열심히 걷는다는 것은 목표지점이 있게 마련.


그것이 없다면 그리 빨리 달아나지도 않을 터.


하지만 정상은 한달음에 오를 수 없는 법. 연화1봉은 생각하며 오르라고 속도를 늦추게 한다. 


갈림봉인 연화1봉에 있는 삼거리 이정표. 잠시 전 연화2봉에서 약 2키로의 거리를 순식간에 달려온 듯 하다.


연화1봉. 이 봉우리의 동쪽 아래에 <옥천사>가 있다.


연화1봉을 지나 느재고개로 내려서는 경사진 내리막길.


포장도로와 만나는 <느재고개>. 연화산 방향은 저 아스팔트를 따라가다~~~


이 지점에서 좌측 산길로 들면 되고~~~


그 길에 들면 두갈래의 길이 갈리는데 연화산 방향은 우측길이다.(좌측은 남산으로 곧장 가는 길임)


땅이 녹아 약간 질퍽거리는 길을 따르다 <적멸보궁>의 갈림지점에서 좌측으로 꺽으면 연화산 오르는 등로가 시작되고~~~ 


그 등로를 올라서면 <돌탑봉>을 만나는데. 돌탑봉 전망터에서 바라본 지나온 연화1,2봉의 능선산세와~~~


조망각도를 우측으로 돌려보면 하산방향의 네 개의 산봉이 키재기를 하며 솟아 있다.(좌측 가운데가 옥천사)


줌으로 당겨 담아본 <옥천사> 전경


돌탑봉을 지나 만나게 되는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연화산> 정상.


정상부의 인증삿. 우측에 장승돌탑이 있다.


연화산을 뒤로하면 등로가 얼었다가 녹아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만나는 <운암고개>.


운암고개를 사이에 두고 연화산과 함게 솟아 있는 <남산>정상.


남산정상에서의 갈림길. (우측은 갓바위길, 좌측은 황새고개 방향)


남산을 내려서서 선유봉을 오르기 전에 만나는 <황새고개>. (여기서 옥천사로 내려갈 수 있음)


산행에서 제일 싫은 오름길이라면 하산길에서 만나는 오름길일 터.(황새고개에서 선유봉을 다시 오르며)


비록 낮은 산봉이라고 해도 마음은 이미 하산하고 있는 중이라서 이런 오름은 힘드는지 모른다.


하산 능선상에 솟아 있는 세 개의 봉우리 중 그 첫 번째인 <선유봉>. (사실 아무 것도 없다. 전망도 볼거리도)


하산 능선상의 그 두 번째 봉우리인 <옥녀봉>. (전설이 있을 것 같지만 역시 아무 것도 없다)


옥녀봉과 장군봉 사이에 있는 안부지점을 통과하며~~~(옥천사 탈출가능 지점) 


하산 능선상의 그 세 번째 봉우리인 <장군봉 Or 탄금봉>. (이 또한 볼 것이 없다)


이름을 가진 봉우리는 이렇게 해서 우리들의 발길이 스쳤다. 그래서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일까?


길이었다. 연화의 길이었다. 깨달음을 받든 연꽃 길을 걸은 것이다. 어쩌면 그 길에서 자신의 삶을 깨닫기 위해서 말이다.


이제 산길을 벗어난다. 연화지 아래에 있는 시설지구의 주차장이다.


산행은 언제나 끝나고 나면 아쉬운 법~~~그래서 돌아본다. (산을 내려와 돌아본 날머리 지점의 돌탑군락)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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