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경남창녕 <종암산/덕암산/비룡산> 열왕지맥 제2구간 산행

심헌 2014. 7. 6. 12:28

<2014.07.05(토) 경남창녕 종암산/덕암산/비룡산 산행사진입니다>

 

스및거리 : 웅동곰골>보름고개>종암산>큰고개>덕암산>삼방고개>464봉>팔도고개>291봉>451봉>비봉고개>처녀봉>비룡산>학포마을배수장

GPS 산행거리 약 17.2 Km , 약 9시간 50분 소요 (중식,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 지형도입니다 -

 

 

 

 

산을 마음대로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산행이었다

 

 

한달 전 열왕지맥 제1구간 보름고개에서의 하산길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밀양 무안면 웅동리 곰골. 그 때의 산님들이 다시 이곳에 섰다.

그 당시 이미 해는 졌고 어둑해진 상황에서 하산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가 찔리고 자빠졌던 아린 추억이 새록히 떠오른다.

산행출발 전 열왕지맥 1,2구간의 경계지점인 '보름고개' 능선을 올려다보면서 과연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들머리를 나선다.

 

하늘은 흐리고 습도가 가득한 오늘 산행이 많이 힘들거라는 생각에 산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땀이 줄줄흐른다.

그런데 산길이 제대로 없어 초반부터 고생을 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산길은 열왕지맥의 주능선을 만날 때까지 길은 아주 잘 나있다.

알고보니 그 길은 한달 전에 내려왔던 능선에 있었던 것이 아니고 훨씬 비켜난 능선 남동쪽 사면으로 길이 나있는 것을 어둑하여 못찾은 결과이다.

 

이렇게 쉽게 오를 수 있는 것을~~~. 올라서고 나니 모두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 본래 산은 이런 것이다.

열왕지맥 제1구간이 끝난 보름고개부터 다시 시작하는 열왕지맥 제2구간의 산행. 능선의 숲길은 한달 전보다 더 짙은 푸르름을 선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 능선길을 걸은 것도 오늘까지 세번째다. 한번 걸어갔던 길은 두번 다시 걷지 않는다는 나름의 산행철학이 있건만 항시 허사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한번은 창녕읍에서 출발해 화왕산, 관룡산을 거쳐 부곡온천까지의 이 길을, 또 한번은 영산읍에서 출발해 영취산, 병봉을 거쳐

종암산, 함박산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걸었다. 두 번 모두 짧은 산행거리가 아니었건만 또 다시 이 구간을 걷게 된 이번 열왕지맥의 산행은 이전보다

훨씬 더 길고 먼 구간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각오로 임하는 산행이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하는 것이, 이제는 더이상 이 길을 걷지 않으리~~

 

경북 청도의 비슬지맥의 <천왕산>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는 서쪽으로 왕령지맥을 만들고, 남쪽으로는 열왕지맥을 만들었는데,

그 열왕지맥은 도상거리가 31.5Km로써 접속거리를 포함한 GPS상의 거리가 40Km를 넘는 수많은 산봉을 오르내려야 하는 고된 길이고,

그 고된 길의 제1구간이 한달 전에 끝나고 오늘은 그 나머지 구간을 완주해야 하는 날로써 어떠한 길이 앞에 놓여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 지맥의 제2구간에서 처음 만나는 산봉인 <종암산>, 그 산정에는 커다란 바위군락이 형성되어 있어 예전엔 쉬기가 불편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반원 형태의 데크쉼터가 조성되어 있고, 또 누군가의 수고로 갖다 놓은 표지석도 바위 위에 덩그러니 얹혀있다.

그런데 이 표지석이 고정석이 아니라 누구나 인증삿을 할 때마다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의 둥그스럼한 표지석인 것이 이채롭다.

 

소위 말해 산봉이 마음대로 왔다간다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그 표지석으로 인해 종암산은 움직이는 봉우리가 되었고 웃음을 주는 산이 되었다.

종암산을 내려서면 이내 만나는 갈림길 하나. 우측으로는 함박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좌측은 열왕지맥을 잇는 부곡온천 방면의 덕암산 방향이다.

 그 길에 노랗게 핀 여름 야생화들이 눈을 즐겁게 해 그 모습을 담아가다 보면 이내 부곡온천지구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활공장에 내려선다.

 

발 아래 부곡CC와 그 너머로 강태봉과 도덕봉, 석천산이 조망되고 다음 산행은 그곳으로 오라는 듯이 이곳으로 신호를 보내옴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부곡온천으로 갈리는 큰고개를 지나 덕암산을 오르는 길이 오늘따라 만만치가 않다. 평소의 컨디션이라면 아무리 가팔라도 거뜬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이건만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에 부치는지 무척이나 힘이 든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몸의 상태가 온전치가 않은 것 같다.

 

이럴 땐 솔바람이라도 불어주었으면 희망해보지만, 바람은 없고 하염없이 타고내리는 땀방울 뿐이다. 힘듦도 고통도 모두 씻어내려는 듯 땀은

그렇게 속절없이 쏟아져 내린다. 해발 543m의 <덕암산> 정상에 올라서니 맞은편 솔밭에서 산행을 온 무리들로부터 떠들썩한 웃음이 요란하다.

덕암산 정상은 부곡온천지구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적지이고, 맞은편 강태봉을 비롯해 산행 후반부를 걷게 될 처녀봉, 비룡산이 조망된다.

 

연무속에서도 장쾌하게 뻗어있는 열왕지맥을 바라보면 후반부의 산행이 결코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맥산행이란게 원래 그러하기 때문이다.

덕암산에서 오찬을 끝낸 오후의 산행, 덕암산을 내려서다 길을 잘못 잡으면 맥길을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우측으로 길을 잡으면 농협연수원으로

내려서는 길이기에 주의를 요한다. 열왕지맥은 내려서다 정면 멀리 464m봉이 바라보이는 지점에서 좌측 사면을 따라 길을 찾아 내려서야 한다.

 

길이 뚜렸하지 않지만 소나무에 준.희님이 달아 놓은 열왕지맥 표시판이 달려있다. 그래서 산행은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담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맥길은 여름이면 그나마 흔적으로 남아있는 길에서 무수한 잡초들이 그 길을 덮어 버린다. 그래서 여름의 맥산행은

그 만큼 길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다. 발 아래는 무수한 잡풀들이 머리위로는 각종 넝쿨식물들이 산객의 발길을 순간순간 붙잡고 멈추게 한다.

 

덕암산을 떠나 삼방고개와 464m봉을 거쳐 팔도고개에 이르는 구간이 바로 이런 길이다. 후덥지근한 날씨에다 무성한 잡풀, 넝쿨과의 지루한 싸움은

체력적으로도 지치게 하지만 여름 맥산행이 주는 묘미라고 생각하면 이 또한 즐겁고 재미있는 산행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팔도고개>는 부곡과 밀양무안 방면을 오가는 고개길이다. 왕복 4차선의 중앙분리대가 있어 이것을 횡단해야 한다. 산객들에게 있어 이런 일은

 

그동안 다반사로 있던 일이다. 위험한 횡단이지만 경험을 많이 한 그 일이기에 또한 안전하게 무리없이 그 길을 건넌다. 본격적으로 오늘 후반부의

산행이 될 이곳에서는 여름산행에서 제일로 챙겨야 하는 식수보충을 해야하는 곳이다. 도로를 횡단하면 만나는 주유소에서 식수보충 도움을 청하면

된다. 그러고 나면 200고지의 작은 산봉을 올라야 하는데 문제는 길이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들머리는 있지만 진행하다보면 길이 어느새 사라진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달리 방도가 없이 숲풀을 헤치고 산봉을 향해 오름사면을 치고 오르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지점에선가 사라졌던

희미한 산길을 다시 만난다. 사람이 다녔던 곳이라면 능선에서는 어디엔가 길이 있기 때문이다. 비지땀을 흘리며 작은 산봉을 넘어서면 바위전망터를

만나 잠시 쉬어갈 수 있다. 그 곳에 앉으면 멀리 길곡방면의 푸른 들판이 보이고 코앞에는 또다시 치고 올라야 하는 451m봉을 마주해야 한다. 

 

산행은 여유가 있어야 조망에 취하고 산세의 그림자를 느낄 것인데 맥산행은 줄기차게 가야하기에 그것이 다소 흠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것은 그것데로의 운명이고 묘미인데. 다시 451m봉을 숨가쁘게 넘는다. 그러나 산봉을 내려서면서 또 독도에 주의를 해야할 지점이 이곳이다.

맥산행이라고 해서 맥길이 시원하게 열려있는 게 아니다. 맥산행에서 알바수고를 많이 하는 것도 산봉을 중심으로 여러지맥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을 잘 돌파해가면 <비봉고개>를 만난다.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몇개의 산봉을 더 올라야 할지는 모르지만 이쯤이면 많이 지칠 때도 되었다.

영양갱 하나가 '처녀봉'을 오를 때까지 힘이 되어 준다. 400m고지의 <처녀봉>에 올라선다. 왜 처녀봉일까. 어림짐작만 할 뿐 사연이 있을 법한

산명인데도 현재로선 알길이 없다. 핑게 없는 무덤이 없듯 곡절 없는 산명이 있을손가? 그 사연은 다음에 꼭 파악하기로 약속을 하면서.

 

남은 구간의 체력보충을 위해 처녀봉에서 마지막 남은 방울토마토로 요기를 한 후, 비룡산을 향한 길을 열어간다. 역시나 사람의 발길이 아직은

많이 닿지 않은 듯 길이 희미하다. 비룡산으로 이어지는 열왕지맥의 맥길에서 또다시 주의를 해야할 곳이 나온다. 401m봉의 바위지대이다.

무성한 수림에 가려 방향잡기가 쉽지 않아 길 또한 분간이 어렵지만 바위지대를 넘으면 그 뒤로 희미한 흔적의 사람다닌 길을 찾을 수가 있다.

 

'비봉고개' '비룡산' 등 예사로운 이름들이 아닌데 그 이름들이 열왕지맥의 마지막구간에서 만난다. '비봉'이라면 봉황이 나른다는 의미이고

'비룡'이라면 용이 나른다는 의미인데 이것과 관련해 오래 전에 학포마을의 주민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그 주민은 자기마을의 뒷산이 용이

날아가는 형국의 산세를 가졌다고 했다. 그러나 풍수지리에 문외한인 사람들의 입장에선 아무리 바라보아도 알 수가 없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열왕지맥의 끝자락에 나즈막하게 솟아있는 비룡산을 향해 남은 체력을 소진하며 올라보지만 비룡산은 선답자들이 매달아 놓은 표지판만 말없이

매달려 있을 뿐, 사방은 온통 짙은 수림으로 가려 조망을 기대할 수가 없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물줄기도 그 너머에 있을 창원의 천마산과

백월산의 산세도 바라볼 수가 없다. 하산완료 지점인 학포마을 배수장까지 갈동안 무수하게 엉켜 길을 막고선 칡넝쿨 지대를 통과하고서도

 

사라져버린 산자락의 능선사면을 따라 내려와서야 낙동강을 만나고 천마산을 만나면서 열왕지맥의 산행을 끝맺게 된다. 되돌아보면 결코 쉽지않은

길이었고 거리였다. 산행을 끝내면 언제나 자신이 대견하면서도 상당한 고민은 남는다. 그것은 고된 맥산행을 또 꿈꿔야 하는지를~~~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밀양 무안군 웅동리 곰골. 산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열왕지맥의 1,2구간의 경계로 삼았던 보름고개를 바라본다.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 더 많은 포토산행기와 산행이야기를 보시려면 다음 블로그 <심헌산방>에서 수 있습니다 ※

심헌산방 블로그 바로가기 --> http://blog.daum.net/simhunsanbang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