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양산 <용골산/토곡산/선암산/오봉산> 영남알프스 남단산행
<2013.09.03(화) 경남양산 용골산/토곡산/선암산/오봉산 산행사진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수청마을주차장>용골산>토곡산>복천암갈림길>신선봉>선암산(매봉)>새기미고개>462봉>화제고개>오봉산1,2>화제들>주차장회귀
GPS상 산행거리 23.2 Km , 총 10 시간 20분 소요 (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 지도입니다 -
영남알프스의 남단에 딸린 산세도 이름값을 할 만큼 대단한 산들이었다.
2013년도 하기휴가를 맞았습니다. 아니 24절기상 백로를 앞두고 있었으니 하기휴가라고 하기엔 좀 늦은 가을 날씨의 가을휴가라고 하는게 좋겟네요.
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운 폭염의 여름이었고 그 무더위도 오래도록 우리들을 지치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칠줄 모르던 더위가 어느듯 물러갔습니다.
불과 몇일 사이에 바뀌어 버린 날씨의 기온변화는 24절기의 순환이 이렇게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매일 조석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남들이 그 무덥던 여름을 피해 모두 하기휴가를 다녀왔지만 나는 그 시간에 더위와의 전쟁을 치루며 일을 해오다 오늘에야 휴가를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늦게 얻은 늦은 휴가도 혼자이면 즐기기엔 힘들기도 뻔한 일이라 산꾼에게 있어서의 이런 휴가는 산으로 향하는게 제일 좋은 선택이겠지요.
그래서 택한 것이 영남알프스가 자랑하는 수많은 산군들 중 영알의 남단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미답의 산행지를 동생과 단둘이서 길을 나섰습니다.
지금도 매일 그러하듯이 산을 나설 때면 언제나 두근거리는 설레임은 동심의 마음 그대로지만 당일의 날씨 상태에는 아주 민감한 두려움입니다.
산꾼에게 있어 늦게 얻은 휴가를 의미있게 보내는 길은 산길을 걸으며 사유하는 것들을 비롯해 산능의 산자락에서 바라보는 조망의 매력일 것입니다.
그래서 길을 나설 때의 기분도 설레임이지만 새벽길에 불어오는 바람의 훈기와 맑게 갠 하늘을 기대하는 것은 길을 나서는 누구나의 바람일 것입니다.
그런데 산행 당일 길을 나서며 바라본 가을하늘의 상태는 잿빛구름으로 뒤덮였고 짙게 배인 구름의 양은 금방이라도 비를 내릴 것만 같은 상황입니다.
그 무덥던 지난 여름,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비소식은 오지 않았고, 지난 몇일 동안도 달라진 날씨에 하늘도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습니다만,
왜 하필이면 오늘 같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늘의 산행지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서는데 이런 날씨가 마음을 캥기게 하는지 하늘을 향해 원망을 해봅니다.
하지만 비가 내릴듯한 날씨이지만 일기예보 상으로는 비가온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므로 그것에 기대를 걸고 계획한 산행을 위해 새벽을 달렸습니다.
오늘 친동생과 단둘이서 오붓하게 타게 될 영남알프스의 남단지역 산행지는 경남양산의 용골산, 토곡산, 선암산, 오봉산을 환종주하는 코스입니다.
산행을 떠나기 전 훝어본 지도상에서도 엄청난 긴거리였지만 산행지에 도착해 바라본 환종주 코스의 산세가 만만치 않음에 또한 걱정도 다가섭니다.
그러나 눈으로 바라보는 산세도 그렇지만 난이도가 있는 산세는 그 길에서 만나는 조망터에 서서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라는 것도 경험으로 알기에,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하는 산길에서 어떤 산세의 그림을 만나게 될지를 꿈꾸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출발과 함께 마주하는 산길의 오름은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음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초반부터 가파른 오름길에 이어 암벽의 로프길 앞에서 반쯤 기를 죽이면서 단단한 마음을 갖게 만듭니다.
오늘 산행코스 중 최고로 고난도의 길이자 전체 시간 중 최고로 짧은 거리에 많은 시간을 잡아 먹게 될 용골산을 거쳐 토곡산을 오르는 구간입니다.
산행을 떠나기에 앞서 미리 살펴본 코스와 다르지 않게 직벽의 오름과 뾰족한 암릉을 타고 넘는 길은 산행시간을 끌기에 충분했고, 초반부터 진을
빼는 데 거침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고난도의 오름길도 크게 힘들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것은 그 암릉의 조망터에서 돌아본 조망입니다.
시간이 많이 소비되었고 체력도 많이 소진된 코스이지만 조망터에 서면 바라보이는 굽이치는 낙동강과 주변의 이름있는 산세와 어우러진 모습은 정말
한폭의 사진 같은 그림입니다. 거기다가 환종주를 해야 하는 구간의 솟구친 산세의 역동적인 모습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새벽에 출발할 때부터 걱정해온 구름낀 날씨상태입니다. 조망은 가히 일품인데 산세의 뚜렷함을 어둡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어떡하겠습니까, 삶이 그러하듯 산행에서도 이런 날 저런 날이 없을 수가 없겠지요. 다행이 비만 내리지 않기를 기대하며 산을 탈 수 밖에.
고난도의 구간을 거쳐 올라선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해발 856m의 토곡산. 4년 전쯤인가 어느 봄날 원동초교를 출발해 오른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표지석에 앉아 바라보는 무척산 방향의 탁트인 조망이 일품이지만 오늘은 흐렸고, 앞으로 가야할 신선봉, 매봉 방향 역시도 흐리긴 매한가지입니다.
지체할 수 없는 원거리 구간인지라 물한모금에 올라선 흔적만을 담은 채 복천암갈림길 봉우리에서 길을 틀어 빠른 걸음으로 신선봉으로 내닫습니다.
독도주의가 필요한 철탑안부를 내려서면 임도를 만나 그 길을 따르다 조망바위가 있는 산길로 접어드는 길을 찾는데 조금 주의를 요합니다만,
제대로 길을 찾아 철탑을 따라 오르면 만나게 되는 바위조망터에 서면 산행출발시 그렇게 힘들었던 용골산-토곡산에 이르는 구간이 그림 같습니다.
언제 저길을 따라 이곳까지 왔나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곳까지 왔고 그 바위터에 앉아 동생과 함께 먹던 막걸리에 김밥 한조각의 맛은 기가 찼고,
또한 그곳에서 내려다본 화제리와 화제들, 그리고 그 뒤로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과 어울리는 모습은 맑은 날이었다면 멋지게 앵글에 담았을겝니다.
그런데 바위조망터를 일어서면서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신선봉에 올라서니 운무가 사방을 덮치면서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하면서 등로를 걷지만 매바위의 모습을 담지 못한다는 것이 오히려 속이 상할 쯤, 다시 어느 조망터에 서니 운무가 사라집니다.
잠시 우리의 마음을 애태우게 하려는 한점 바람의 장난이었음에 졸인 마음을 쓸어내리고 다가선 매바위 앞에서 대자연의 위대한 극치와 마주합니다.
어쩌면 오늘 산행의 백미이자 압권이라 할 수 있는 매바위(선암산,매봉산)를 철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힘든 산행을 왜 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게 됩니다.
일망무제라. 이런 표현을 이런 곳에서 쓰는 용어임을 누구나 알 터. 이런 산능에 이런 옹골찬 바위봉이 우뚝하게 서있음에 대자연의 위용을 봅니다.
바위봉 위로 스쳐지나는 바람결이 차가울 정도로 션한 이곳에서 자신이 짊어지고 가는 모든 힘들고 모진 것들을 모두 털어내듯 훌훌 내려 놓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바라보는 사방의 모든 것이 내품에 들어옵니다. 용골산, 토곡산, 신선봉, 능걸산, 천성산을 비롯해 앞으로 가야할 오봉산을 품어봅니다.
산을 오르면 내려갈 마음이 없다고들 하는 것을 이런 데를 두고 이르는 표현인가 봅니다. 산은 그대로인데 이 혹함에 쏠린 인간의 이중적인 마음들.
산은 그래서 우리에게 포용을 가르치고 화해를 가르치고 너른 이해와 넉넉한 마음을 갖게끔 하기 위해 힘들지만 이런 곳으로 불러 올리는가 봅니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한번쯤 이런 곳을 오르고 나면 산을 향해 왜 새벽을 나서며 때론 비박을 위해 밤길을 나서는지 이해를 하게 됩니다.
수청마을정류장을 출발해 이곳 매바위까지의 거리가 오늘 환종주코스의 절반이 조금 못미치는 구간이라, 그러고보면 가야할 길이 아주 먼 산황입니다.
쌀쌀한 날씨지만 맥주 두캔과 샌드위치 두조각으로 점심을 때우고서 매바위를 내려서서 이어지는 암릉길을 따라 새미기고개로 힘겹게 내려섭니다.
여러개의 산을 타고 넘는 오늘 같은 산행은 내려서는 것도 올라서는 것도 모두가 힘겨운 여정이고, 체력이 소진될 쯤이면 발을 떼기도 힘들어집니다.
오늘 산행의 제일 힘들었던 구간은 봉우리도 낮으면서 난이도가 제일 낮았던 화제고개를 지나 작은오봉산을 오르기 직전의 낮은 산봉 두개였습니다.
불어오던 바람은 시원했고 우측으로 펼쳐지는 지나왔던 용골산, 토곡산의 높은 산세의 조망도 뛰어났지만 바라보고 느끼는 것조차 싫은 순간이었죠.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가야할 길이 남았고 환종주 길의 완주를 위해서는 이 순간을 극복해내야 하는 것도 순전히 나 자신의 몫인 것입니다.
산행은 무리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또한 자신을 극복하는 훈련입니다. 또한 꾸역꾸역 가다보면 자신이 서야할 종착지점에 이름을 알게 됩니다.
작은오봉산에 오르니 아무도 없는 산봉에 하늘거리는 억새의 출렁임은 산꾼의 수고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오봉산까지는 멀게만 보입니다.
작은오봉산에서 오봉산에 이르기까지의 거리는 양산시 물금읍의 주민들이 쉽지않게 오르면서 산길을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아주 호젓한 길입니다.
그러면서 오늘 코스의 마지막 산봉인 오봉산에 오르니 지나온 환종주의 산행길이 한눈에 펼쳐지며 어떻게 저길을 왔는지 싶을 정도로 아득해 보입니다.
산에 비하면 아주 작은 하나의 점에 불과한 한 인간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이렇게 먼길을 걸어왔고 오봉산을 정점으로 화제들이 있는 토교로 내려섭니다.
맑은 날이었으면 아직도 서산으로 기우는 작은 햇살이 남아 있으련만 하루종일 짙은 구름날씨의 하산시간은 어둑해졌고 그런 시간속에 산행을 마칩니다.
몇달 전에 마친 정맥산행을 한 이후로 오랜만에 긴 거리의 산행을 하였고, 형제간에 떠난 오붓한 산행이 늦은 여름휴가를 멋지게 보낸 하루였습니다.
힘들고 지친 하루였지만 계획했던 것을 돌고돌아 산을 내려오고 나서 되돌아보면 언제나 아쉬움과 여운처럼 남는 그리움이 있는게 산행인가 봅니다.
그래서 산을 버릴 수가 없고 산을 떠나 살 수가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날을 안고 돌아온 순간을 다시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합니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자 출발지인 양산시 원동면의 화제들판이 펼쳐져 있는 수청마을의 버스정류장이다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 더 많은 포토산행기와 포토여행기를 보시려면 다음 블로그 <심헌산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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