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봉화 <청옥산/두리봉/깃대배기봉/구마동계곡> 오지산행
<2010. 11. 13 (토) 경북 봉화 청옥산/두리봉/깃대배기봉 산행사진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봉화넛재>청옥산>두리봉>깃대배기봉>두리봉>도화동>구마동계곡>간기마을>고선리입구>휴게소
실제거리 약 20 Km , 총 6 시간 40분 (7시간 10분)소요
- 산행코스입니다 -
절기상 입동이 지난 늦은 가을입니다. 만물이 들어가야 할 때를 알고 월동준비를 마치고 긴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할 계절입니다.
늦가을 산행은 그런 모습을 찾아 읽기에 아주 적합한 시기입니다. 늦가을이라고 하지만 남부보다 중부지역에선 초겨울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맞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 것은 가을의 잔재가 아마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쾌청한 11월의 둘째주 주말, 경북 봉화와 강원 태백을 잇는 <넛재>로 향하는 그 길은 멀고 먼 거리인데도 우리는 그 길을
이골이 난 사람처럼 넘나들던 고개입니다. 오지산행의 주무대인 강원도를 가기위해선 우린 그 길을 누구보다도 많이 지나
다녔기 때문입니다. 옛날 같으면 하루로는 꿈도 꾸지 못할 하늘이 내린 오지의 땅이건만 이제는 끄떡없이 다녀올 수가 있죠.
그 만큼 세상살기가 편해졌고 이동수단이 정말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길도 좋아졌고 이동차량도 아주 좋아진 것입니다.
우린 이렇게 편안한 삶의 한가운데 살고 있으면서도 여행과 산행이 먼 이웃집의 행사 같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행은 사람을 지적으로 살찌우고 산행은 사람을 자기성찰에 충실한 사람으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 사실입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의 시간. 누구는 그 시간을 가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그 시간을 일탈의 시간으로 만들어
충실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도 합니다. 세상사의 일이 생각하기에 따라 움직이고 변하는 것이지만 일탈의 산행은
또다른 나를 찾고 또다른 나를 만들어 간다는 것에 커다란 무게를 두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의 산행은 내 안에 일몰되어 있는 세속의 하찮은 잔재들을 모두 버리고 내려 놓을 수 있는 기회인 점에서
주저없이 길을 나서기를 주문하는 것이죠. 산행은 나를 해방시키는 행위입니다. 산행은 나를 버리고 찾는 행위입니다.
나를 해방시키고, 나를 버림으로써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있음에 우리는 힘든 그 길을 따라 오늘도 나서는 것입니다.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누가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누가 열어넣고 들어오라고 말해주지도 않습니다.
산행은 깊이있는 삶을 열어보고 찾게 해주는 마력같은 묘약이기에 그 것을 아는 사람은 미련없이 길을 나서는 것입니다.
산행은 그래서 머무름 없이 주저없이 길을 나서는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길고 긴 동토의 겨울을 버텨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나목의 교훈이 살아있는 이 계절의 산을 찾아
먼길을 돌고 돌다 왔습니다. 때론 지치고 힘들고 지루한 오지의 길이었지만 대자연의 메세지가 흘러 넘치는 그 길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담아왔습니다. 자신이 자연의 일부이기에 걷고 걸으며 거기서 얻은 자연의 귀한 가르침을
복기하듯 다시 그 길을 걸으면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아름다운 내조국의 산하가 펼치는 오지의 풍광과 거짓없는 대자연의 그림을 따라 이제 함께 걸어가 보고자합니다.
좋은 의미와 함께 당신의 가슴 속에 아름다운 메세지가 떨어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남아 있기를 염원해 봅니다.
▼ 경북 봉화와 강원 태백을 넘나드는 고갯길인 <넛재>. 그 동안 오지산행을 위해 무던히도 지나다녔던 길이었는데~~~
▼ 오늘은 청옥산을 오르기 위해 이 곳이 산행의 들머리를 삼게 되었군요.
▼ 많은 사람들이 다녀겠지만 처음으로 걷게 되는 길은 언제나 그 길이 어떤 모습으로 내게 다가설까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죠.
▼ 고래로부터 누군가 걸어갔기에 길이 생긴 것이겠지만 산속에 길이 있다는 것에 신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 삶에 있어 수많은 길이 있지만 산길이 주는 따뜻한 생각들은 어느 길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 모두가 세속의 오염된 생각들을 가지고 이 길을 들겠지만, 걷다보면 산길은 어느 새 그 것들을 내려놓게 하겠지요.
▼ 계절이 변화시켜 놓은 이 나목의 길에서는 세속에서 가지고 온 것들을 떨구게 만드는 길이 될 것이고~~~
▼ 어쩌면 이 오름길이 힘드는 것은 짊어지고 있는 배낭의 무게가 아니라 세속에 찌든 마음의 무게가 아닐런지.
▼ 그래서 나목의 산길은 그런 무게들을 내려놓게 만드는 묘약의 길인지도 모릅니다.
▼ 마치 황량한 모래사막 위에 말라 죽어가는 모습처럼 보이는 이 그림들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던지는 메세지들입니다.
▼ 청옥산과 마주하고 있는 <달바위봉>, 지난해의 봄에는 우린 저 곳에 올라 이 곳을 바라보곤 했었지요.
▼ 달바위봉(월암봉) 외에 특별한 조망이 없는 이 등로는 계속되는 자연의 메세지에 귀를 기울이며 걷습니다.
▼ 늦가을이자 초겨울인 이 곳의 초목들은 긴 겨울을 향한 침묵이 시작되었고~~~
▼ 말없는 침묵은 말많은 인간들을 향해 말하고자 하는 강한 메세지와 같습니다.
▼ 그 것은 삿되고 부질없음에 비워야 함이고 버려야 함이며 낮춤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아름다운 자연의 강한 메세지를 보고 느끼는 사이, 휴양림과의 갈림길인 이 곳 안부를 지납니다.
▼ 얼마 거리에 있지 않은 청옥산을 향한 후미의 발걸음이 시작되고~~~
▼ 잠시 되돌아보니 지나온 저 곳이 스쳐지난 인연들이라는 생각에 잠시 내마음을 남겨두고 갑니다.
▼ 하지만 두고가야 할 것도, 가지고 가야할 것도 없는 것이 마음이건만~~~
▼ 세속에 물든 마음은 아직 그 것을 뛰어넘기엔 공부와 수양이 많이도 부족합니다.
▼ 청량산,문수산과 더불어 봉화 3대 명산의 하나인 해발 1,277m의 청옥산.
▼ 청옥산은 우측엔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을 끼고 있고, 좌측엔 100리길의 구마동계곡을 끼고 있는 산이죠.
▼ 그 뿐인가요, 남동쪽 맞은편엔 수많은 산군들 속에 독야청청 우뚝 솟은 달바위봉이 한폭의 그림같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 줌을 당겨 바라본 <월암봉>의 자태, 지난해에 그곳을 올라섰지만 이 곳에서 바라보니 그 위용이 정말 대단하네요.
▼ 지리공부가 따로 없습니다. 산행은 지난 것과 새로운 곳을 함께 배우는 장터와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 청옥산을 오름으로써 또다시 다음 목표지를 향해 먼길을 나서는 산님들의 발걸음에 가벼운 힘이 솟습니다.
▼ 절기는 겨울이건만 소슬한 바람이 산죽을 울리면서 늦가을임을 알려오고~~~
▼ 가는 길을 되돌아 봄에 청옥산 정상에서 마주한 달바위봉이 육중한 자태로 아직도 따라오고 있습니다.
▼ 어느 산길 모퉁이를 돌다 이 지점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통신탑이 있는 청옥산이 저만치 멀어졌습니다.
▼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고선계곡이 내려다 보이고~~~
▼ 고선계곡을 넘어 산자락에 막혀 잘 보이지는 않지만 구마동계곡이 산군 사이에 깊숙히 묻혀 있습니다.
▼ 파릇한 산죽이 잔잔히 깔려있는 평온한 능선길은 늦가을 산행을 즐기기엔 아주 제격이고~~~
▼ 긴 겨울을 대비해 모든 것을 비운 나목의 능선길에선 왜 비우고 버려야 하는지를 한번 더 깨닫게 해줍니다.
▼ 혹독하게 불어올 바람과 진저리치도록 내릴 폭설을 피할 길은 스스로 비우지 않고는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이죠.
▼ 산행에서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 많이 걸어왔고 또다시 많이 걸어야 하기에 이쯤에서 우리도 배를 채웁니다.
▼ '잘 먹은 만큼 잘 간다' 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막 달려가네요.
▼ 언제 쓰러졌는지 모르지만 등로를 걸터앉고 있는 이 나무에게서 이런 풍경을 잡아보기도 하고~~~
▼ 또 이 곳에서 이런 풍경을 잡아보지만 막 달아나는 산님들을 뒤쫓기에 발바닥 불이날 지경입니다.
▼ 그러다 만나는 갈림길 하나. 고선계곡을 통해 구마동계곡으로 빠지는 등로인가 봅니다.
▼ 얼마나 걸어 왔을까요, 조망이 전혀 확보되지 않는 등로이다 보니 나목의 틈바구니로 지나온 능선길을 되돌아봅니다.
▼ 그리고 이 틈새 사이로는 앞으로 계속 가야할 능선길과 우뚝 솟은 <두리봉>을 조망해 봅니다.
▼ 그리고 이 틈새로는 태백산의 <부쇠봉>에서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능선을 눈시리도록 조망해봅니다.
▼ 오지의 깊은 산에 들면 잎을 모두 떨구어 낸 참나무에선 겨우살이들이 지세상을 만난 듯 푸르름을 선보이죠.
▼ 또한 나목의 짙은 수림에서 하절기의 푸르른 잎새와 가을단풍진 길을 연상하며 걷는 사이~~~
▼ 또다른 고선계곡과 백천계곡으로 빠지는 갈림길을 통과합니다.
▼ 여기서부터 두리봉까지는 쉴 새 없는 오름길이 이어지고~~~
▼ 지루한 산죽길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 어찌된 것인지 이 등로엔 산죽이 꽃을 피우며 모두가 고사를 해버렸네요. 대나무는 꽃이 피면 죽는다더니~~~
▼ 하지만 이곳에선 싱싱한 산죽들이 산님들의 얼굴에 간지럼으로 재롱을 피우며 발길을 붙들 태세입니다.
▼ 그러다가 괜찮은 나목의 틈새로 숨어있는 계곡들을 찾아 읽기도 하지만~~~
▼ 얼마 전 이곳에 첫눈이 내렸다는 기상예보처럼 녹지않은 잔설을 이렇게 만남으로써 우리도 올해 첫눈을 보게 되네요.
▼ 첫눈을 만나서 그런지 이젠 이런 풍경이 늦가을 풍경이 아니라 겨울풍경이라는 것으로 생각이 확 바뀝니다.
▼ 나목의 빛깔이 오후의 햇살로 빛이 나고~~~
▼ 오후의 햇살이 빈가지에 걸리면서 두리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오름길을 힘겹게 오르니~~~
▼ 표지석,팻말 하나 없는 이 곳이 <두리봉>이라. 앞선 일부의 산님은 이 곳에서 구마동계곡으로 먼저 내려갔고~~~
▼ 우리는 500m 거리에 있는 백두대간상의 깃대배기봉을 다녀오기 위해 두리봉을 벗어납니다.
▼ 다시는 못올 이 길 위에서 걸을 수 있고 밟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선 안되겠기에 조금의 수고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죠.
▼ 잠시 걸은 발걸음은 이내 백두대간 능선길에 들어서고~~~
▼ 잠시의 수고는 해발 1,370m의<깃대배기봉>을 껴안음으로써 위안을 받게되는 것이죠.
▼ 백두대간상의 깃대배기봉. 남서로는 신선봉,구룡산으로 이어지고 동북쪽으로는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 밟지 않고 갔다면 후회했을 깃대배기봉을 이제 남기고 다시 두리봉으로 되돌아갑니다.
▼ 그 곳을 다녀온 것과 안다녀온 것의 차이는 각자의 마음 속에서 결정하겠지만 산행은 작은 추억이 모이는 것이죠.
▼ 두리봉으로 돌아와 빈가지 사이로 바라본 태백산의 <천제단>. 폭설이 쌓인 예전의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 표지석도 팻말도 하나 없는 두리봉이지만, 이렇게 담은 표정이 곧 두리봉의 표지석입니다.
▼ 오를 것은 모두 다오르고 이제 두리봉을 내려서는 하산길.
▼ 오지의 구마동계곡을 만나기 위해 하산 발걸음이 점차 빨라집니다.
▼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머물지 않아 신선함이 살아있는 땅인 오지.
▼ 오지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겁을 먹고 벌벌 떨지만~~~
▼ 계절이 살아있고 귀한 생명들이 숨어사는 그 길을 막상 걸어보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는 것이죠.
▼ 오지의 길목엔 과거 생의 삶과 죽음이 이런 곳에 숨어 있음을 만나기도 하고~~~
▼ 이 곳에다 이런 묘를 쓸 수 밖에 없는 과거 역사의 한면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 오지의 등로에서 만나는 3기의 묘를 보면서 알 수 없는 역사의 진실을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 그래서 오지를 걷는다는 것은 신비로운 체험입니다.
▼ 아주 오래 전에 누군가가 세속을 피해 살았을 작은 흔적들이 발견되기도 하고~~~
▼ 구마동계곡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들. 한여름이면 하늘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깊은 오지의 이 곳.
▼ 자신이 이 길을 걷고 있음에, 이 곳을 체험하고 있음에 특별한 감회가 밀려옵니다.
▼ 단풍은 지고 잎새는 이미 말랐으나 골의 깊음이 있어서인지 마른 기품이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살아있습니다.
▼ 가을단풍의 페스티발을 열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이 골이 수많은 낙엽으로 뒤덮히면서 오지의 신비를 만들어 냅니다.
▼ 길의 흔적을 찾아가는 것도 오지산행의 작은 맛이라고 할까요.
▼ 오지의 땅이 제철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계곡미는 뭐니해도 가을이 제격인데 철지난 가을은 계곡을 썰렁하게 만들었네요.
▼ 길은 있다가도 사라지고, 없다가도 나타나는 것이~~~오지의 계곡은 이렇습니다.
▼ 그래서 오지산행은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고, 있는 그대로를 걷는 것입니다.
▼ 또한 오지산행은 자신이 자연과 한몸이 되는 것이고, 자연이 전하는 메세지를 보고 듣는 것입니다.
▼ 깊고도 긴 오지의 계곡을 벗어나니 자연의 반란인 산사태 지역이 우리들의 시선을 끄는 것을 보면서~~~
▼ 어느 민가가 있는 편안 길로 접어듭니다. 소위 말하는 도화동인가 보네요.
▼ 계곡은 어둠이 빨리 잦아들고, 겨울이 빨리 찾아오기에 월동준비를 끝낸 굴뚝연기가 훈훈함으로 산님들을 맞이하네요.
▼ 민가를 지나면서 이 곳을 기점으로 너른 구마동계곡이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 차가 여기까지 들어오는지 너른 길에 푹신하게 깔린 낙엽들이 이 계곡에 겨울이 몰려오고 있음을 느끼면서~~~
▼ 앞서가던 산님들의 발길이 멈추어지고 포토라인을 구축해 놓고 섰습니다.
▼ 멋진 이런 배경을 두고 갈 수가 없다기에 돈주고도 만들 수 없는 산행의 추억을 소롯히 담아봅니다.
▼ 영화의 촬영 배경장소로 써도 손색이 없을 낙엽송 길에서 이 길을 걷는 모두는 주연이고 조연입니다.
▼ 또한 계곡길을 정비해 놓은 것을 보니 이 구마동계곡이 예사로운 계곡은 아닌가 봅니다.
▼ 늦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은 원래 쓸쓸하다 했는데, 낙엽진 이 길이 그런 길목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 깊디 깊은 계곡에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가뭄으로 인한 수량부족입니다.
▼ 철철 넘쳐나야 할 물길 대신 무수히 쌓인 낙엽들이 수량을 대신하며 구마동계곡의 가을을 넘기고 있습니다.
▼ 해질녁의 계곡은 어둠이 밀려옴에 따라 쓸쓸함과 그리움이 함께 묻어 난다고 하죠.
▼ 이 곳을 왔다가는 사람들은 그냥 떠나면 되지만 이 계곡을 지키는 수많은 인연들은 어쩌면 사람을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흔적으로 담아가지만 남은 것들에서는 계절의 애절함 만이 처연히 깔려 있습니다.
▼ 구마동계곡길은 참으로 아름답고 소담스런 길이란 생각이 드네요.
▼ 계곡을 싸고도는 산자락엔 가을을 보내기가 아쉬운지 노란 물결들이 아직도 진을 치고 있고~~~
▼ 잎새를 떨군 나목들은 수량을 비워낸 계곡과 함께 긴 겨울을 보낼 준비를 모두 마친 모습이니 말입니다.
▼ 길고도 긴 계곡은 돌고 돌아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 또다른 계곡이 합쳐지는 합수곡을 지나면서 서서히 발바닥이 따끔거리기 시작합니다.
▼ 긴 계곡을 따라 내려온 물길도 우리처럼 지쳐 있을까요?
▼ 모를 일입니다~~~ 모두가 말을 않고 걸어가고 흘러가기에 말입니다.
▼ 가다보면 끝이 있을거란 위안에 그냥 꾸역꾸역 걷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계곡이 시원스럽게 뻗쳐있으니 송림들도 팔등신 미인의 쭉쭉 빠진 다리처럼 쳐다만 봐도 시원스럽습니다.
▼ 정말 아름다운 계곡인데~~좀 일찍 이 곳으로 산행을 왔다면 최고의 가을을 담았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 여유를 가지고 이런 곳에서 1박을 즐기면서 말입니다.
▼ 이 깊은 계곡에 저런 집을 짓고 살면 행복할까요, 아니면 외롭고 쓸쓸할까요? 물론 정답은 살아봐야겠지요.
▼ 모르긴 몰라도 행복하다가도 쓸쓸할 것이고, 외롭다가도 견디는 힘을 찾을 것입니다.
▼ 견디기가 힘들면 저런 모습으로 혼자서 긴 계곡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도 도움이 될까요?
▼ 예술가는 이런 풍경에 젖어 작품을 만들어 내겠지만, 방랑벽이 있는 사람은 이런 풍경도 무용지물이겠죠.
▼ 말로만 듣던 구마동계곡 돌고 돌아도 정말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름답지만 걷는 지겨움이 몰려옵니다.
▼ 걷는 지겨움을 알기라도 하듯 하얗게 드러누운 계곡의 저 바위들도 지쳐 누워 있는 것일까요?
▼ 어둠이 몰려오는 것인지 좁아진 계곡에서 잡은 사진조차도 이제 지쳐가나 봅니다.
▼ 산행을 통해 수많은 계곡을 걷고 또 걸었지만 100리 길이라고 말하는 구마동계곡은 어쩌면 잊지 못할 계곡이 될 것 같네요.
▼ 더 이상 걸음으로써 구마동계곡을 벗어날 수 없음에 이 곳 <간기마을>에서 걷기를 끝내고 여기서 트럭을 기다립니다.
넛재에서 출발한 산행은 이 곳 간기마을까지 오기까지 무려 6시간 40여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구마동계곡을 완전히 벗어 나려면 여기서 다시 12Km의 계곡을 빠져 나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거리만도 약 20Km에 달하는데 어둠이 몰려와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상황에 더 걸을 수 없음에
이 곳에서 우리들은 1톤 트럭에 몸을 실어 12Km가 넘는 거리의 계곡을 빠져 나갑니다.
차량 한대로 44명의 산행동지들을 두번으로 나누어 실어 날라야 하는 관계로 간기마을에서의 기다림은
또다른 산행추억을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차량에 몸을 실어 계곡을 벗어날 때는 온 몸이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고
차량이 지날 때마다 따라오는 낙엽의 딩구는 소리는 어둠 속에서의 또다른 그림을 만들어 냈고,
20여분간 잠시 짐으로 변신한 산행동지들이 불편한 자세로 덜컹거리는 긴 계곡을 빠져나오는 인내심과 협동심에
감사의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산행은 그래서 한마음이 되는 것이기도 하는가 봅니다.
시간이 흘러 세월이 지나면 구마동계곡의 늦가을 산행은 아름다운 산행으로 길이길이 가슴 깊이 남을 것입니다.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
※ 더 많은 포토산행기와 산행에세이를 보시려면 다음카페 <심헌산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심헌산방 카페 바로가기 --> http://cafe.daum.net/sim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