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임실 <경각산/한오봉/옥녀봉/갈미봉> 호남정맥 구간산행
<2012.06.10(일) 전북임실 경각산/옥녀봉/갈미봉 산행사진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슬치재>살치재>장재>갈미봉>쑥재>옥녀봉>한오봉>효간치>경각산>전망대바위>불재
GPS상 실제거리 총 18.4 Km , 총7 시간 16분 소요 (식사,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입니다 -
한달에 한번 진행하는 호남정맥의 산행은 산을 찾을 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끼는 산행이 되고 있습니다.
계절이 빨리 바뀌고 있음은 산에서는 특별히 느끼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되돌아 보면 4월의 봄과 5월의 늦봄이 달랐고, 또 5월의 늦봄과 유월의 초여름이 다름을 산에서는 더욱 실감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산은 매일매일 새로운 옷을 갈아 입고 있는 중이며, 호남정맥의 산길 역시 예외는 아닌 것이죠.
산은 매일매일 새로워지고 있는데 우리네 인간들만 별 변화가 없는 무덤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산을 통해 배우고 느끼야 할 것이 있다면 계절의 변화가 주는 매일 새로워지는 법을 따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산을 찾고 산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번 산행 역시 그런 느낌을 충분히 받으리라 생각하며 길을 나섰고,
산이 변화하는 모습에 감응을 하면서도 때로는 약간의 두려움 같은 느낌을 가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산은 그리움이고 설레임이며 아름다움이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무수한 변화들을 생각하면 신비스러움이자 무서움인 것이죠.
이번 구간의 산행은 본격적인 호남정맥 구간만을 시작한지 두번째가 되는 구간으로써, 정맥길이 남진을 하지 않고 다시 북서진을
해가는 형국이어서 그 동안 첫구간에서 벌어놓은 힘들었던 산행의 족적을 되돌리는 듯해 손해보는 기분이 드는 산행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길을 걷다보면 굴곡지는 맥길이 참으로 신비하리만치 형성되어 있음을 맛보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갔을 그 길에서도 가끔씩 알바를 하는 것을 보면 산길이라는 것이 참 묘하기도 합니다.
또한 묘한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밟아 헤쳐 놓은 곳에 흔적없이 무성한 잡초가 그것을 메꾸어 놓은 것도 신기한 일이죠.
자연의 치유능력, 스스로의 자생능력 등은 산이 아니고 자연이 아니고선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일이겠죠.
이번 구간의 산행 역시 여름이라는 계절답게 무성한 수림과 짙은 운무로 인해 조망을 기대할 수 없었음이 또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조망터도 별로 없었지만, 있어도 몇군데가 전부인데다가 전망터에 서도 가시거리가 확보가 되지 않아 주변산세를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산행은 걷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그에 못지 않는 것이 바라봄을 통한 대자연의 신비와 흔적을 담아오는 일입니다.
산행을 출발할 때도 그 날의 날씨는 최대의 관심사항이자 최고로 챙겨야 하는 부분인 것도 그러한 이유들입니다.
어깨동무를 하며 밀물처럼 밀려오는 듯한 산세의 풍경은 산정에서 바라보는 최고의 희열이자 환희입니다.
여름산행이 계곡을 끼면 최고이겠지만, 산정에서 바라보는 요동치는 듯한 산들의 모습은 차가운 계곡 못지 않는 시원함인 것이죠.
특히 이번 산행에서는 정맥산행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편백숲에서의 산림욕을 즐긴 일이었습니다.
신발끈 풀고 양말을 벗고서 편백나무에 기대어 나무가 주는 피톤치톤을 받아 마시며 여유로움을 즐긴 것도 이번 산행의 추억입니다.
물론 산행이 줄곧 걷는 것으로 멀리만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되새겨주었고, 그런 여유를 부리는 때도 있어야 함을 느낀 산행이었습니다.
이번 산행구간의 최고봉이 경각산이었고, 경각산에서의 조망을 기대할 수 없었지만 하산길에서 만난 바위전망터는 그런 아쉬움을 달래줬습니다.
역광에 비쳐 눈부신 광경이었지만, 모악산과 모악산이 품은 구이저수지를 비롯한 조망은 그래도 오늘 최고의 조망이었고,
그리고 불재에 내려서고서 어느 식당입구에서 가진 등물 목욕은 하루의 피로를 싹가게 하고도 남는 작은 여운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뒷풀이로 가진 옷닭과 시원한 몇잔의 소맥은 다음구간을 기대하는 작은 약속이었고,
그 약속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나온 오늘의 길을 다시한번 더 걸어보고자 합니다.
가슴으로 남는 작은 여운, 다시보는 지나온 그 길, 포토산행기가 있어 어쩌면 그 산길이 빛날 수가 있는 것이겠죠.
호남정맥 구간의 오늘 산행 시작은 지난 5월 산행에서 날머리였던 이 곳 <슬치재>에서부터이다.
계절 탓도 있고, 정맥산행을 기피하는 탓도 있어 산행에 참가한 인원이 적다보니 오늘은 25인승 미니버스로 이 곳에 왔다.
오늘 산행에서 장시간 함께 걸을 산님(고작 13명이 전부)들과 함께 출발에 앞서 작은 흔적 하나를 남긴다.
맥길이라고 하지만 산길이 아닌 이런 길은 왠지 딱딱하다.
하지만 딱딱한 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 벗어나고~~~
수확을 포기해 갈아엎은 보리밭을 푹신하게 밟으며 산길을 찾아 오르건만, 왠지 참담한 농부의 심정에 발걸음이 편치만은 않다.
보리밭을 벗어나며 출발지점을 버릇처럼 되돌아 본다. 슬치재 뒤로 박이뫼산이 오늘의 장도를 격려해주고~~
본격적으로 산에 들기 전, 풍성한 고추밭과 담배잎 사이로 5월에 지나왔던 황산 능선길도 이곳으로 달려온다.
나의 유년시절 우리 집에서도 저런 담배잎 농사를 지었는데, 그 지난 세월을 여기서 만나 옛추억을 그려본다.
호남정맥의 슬치재-불재 구간의 숲길 산행이 이제부터 시작이다.
낮은 봉우리를 올라서니 너른 밭길 가장자리를 따라 이 길을 따라가고 있고, 저 앞봉우리에서 우린 우측으로 길을 꺽어야 한다.
그런데 선두가 주고받거니 하는 이야기에 홀려 그만 좌측으로 길을 꺽는 바람에 잠시지만 일행들은 알바를 해야했다.
다시 정상적인 길을 찾아 이 묘터 위에서 조금 전에 걸었던 밭길과 헷갈렸던 우측 봉우리를 바라본다.
산의 맥이 이렇게 90도로 꺽이니 잠시 헷갈렸고, 묘터 위에서 앞으로 가야할 능선과 저멀리 갈미봉을 헤아려본다.
갈미봉 좌측으로 각도를 돌려 조망해보지만, 그 뒤로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것이 옥녀봉일까, 뭘까 추측을 해본다.
포장도로가 아래로 지나고 있는 이 길을 건너니 알바를 유일하게 하지 않은 산악회 회장이 여유를 피우며 기다리고 있다.
차량이 다녀도 될 정도의 너른 임도가 맥길을 형성하지만 하절기답게 그 길은 온통 무성한 잡초가 길을 차지하고 섰다.
물론 수풀이 길을 가린다 하여도 탓할 일은 아니다. 왜냐면 그 길은 원래 그들의 터전이니 말이다.
맥길이라고 그 길을 잠시 스쳐갈 뿐인데도 객손인 인간들이 주인인 그들에게 때론 불평을 일삼는 실례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그런 불평을 하지만 우린 이런 길을 걸을 수 있음에 아뭏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여름의 산길은 햇볕을 가리는 그늘과 수림 사이로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거기에 지루하지 말라고 산새들의 지저귐도 있고, 발길에 사각거리는 낙엽의 울림도 있으며, 눈부신 녹음의 만끽함도 있다.
돌고 돌며 주체없이 오르고 내리는 힘든 길이 계속되지만 이런 작은 수고쯤은 자연이 베푸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휴전선도 아니고 군부대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맥길에서 만난 이런 철조망에 발길과 눈길이 당황스러워진다.
그 철조망을 따르다 어느 봉우리에 올라서니 선두그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오늘 정맥구간에서 처음 만나는 <갈미봉>이라는 봉우리이다. 나무에 매달린 이런 표지판은 누군가의 배려가 담긴 마음이다.
갈미봉을 내려서니 갈미봉을 피해 숨어있던 철조망이 또다시 맥길을 우리와 같이 하겠다며 쭉 이어져 설치되어 있다.
여름의 산행은 짙은 숲과 짙은 연무들로 인해 주변의 분간이 잘 안되는 것이 산객의 입장에서 대단한 답답함이다.
모든 것을 떨쳐버린 겨울산길은 나목 사이로 바라뵈는 것들이 있어 지루함을 달랠 수 있지만 무성한 여름산길은 땀과의 싸움이다
오직 가야만 한다는 일념하나로 걸을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 길에서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 애쓴다.
얼마를 걸어 왔을까, 시간은 정오를 넘겼고 선두는 앞서갔지만 우린 여기서 민생고를 해결하기로 한다.
산길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름다운 조망 말고는 먹는 것이 다음일 것인데, 그래도 먹고나니 걷기가 수월해진다.
갈미봉과 옥녀봉 중간쯤에 있는 <쑥재>를 지난다. 저런 이정표에 배낭을 걸어 놓아 실례를 범하는 산객들이 아직도 있다.
산은 인간들에게 '아니 온듯 다녀가라'고 무언으로 말한다. 과연 우리는 그 메세지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산이 이런 가파른 오름을 통해 고통을 주는 것은 어쩌면 그런 메세지를 기억하라 이름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래도 자신의 육신의 고통만 생각하고 다른 아무 것엔 관심이 없다고 한다면 어쩔 수는 없지만 말이다.
가파른 능선길을 올라서니 옥녀봉을 마주한 <한오봉>이 우뚝 얼굴을 내밀고 섰고, 고덕산으로 이어지는 우측 능선이 장쾌하다.
슬치재를 출발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처음 만나는 조망터지만 짙은 연무는 오늘도 시야를 가린다. 좌측 멀리로 만덕산이 있건만~
조망터를 뒤로 하고 잠시 더 오르면 두 봉우리가 갈리는 갈림길이 나온다. 그러나 옥녀봉은 갔다 되돌아와야 하는데 어찌할까?
왕복 100m밖에 되지 않는 옥녀봉을 그냥 스치고 갈 수가 없어 올라와 봤지만, 삼각점과 표지판 만이 외로이 서있다.
옥녀봉을 내려서다 간신이 나무사이를 비집고선 지나온 능선길과 갈미봉을 기어이 카메라에 담아간다.
다시 되돌아 온 한오봉 가는 갈림길. 옥녀봉을 가지 않은 산님들은 꽤나 멀리 달아났을 것인데~~~
그러나 어찌하겠나. 보는 만큼 안다고 했으니 옥녀봉을 오른 우리가 그들보다 조금 나은 경험을 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자.
그러나 오래지 않아 오른 한오봉 봉우리의 이정표. 앞선 산님들은 모두 이곳에서 우릴 기다리는 배려를 보내왔다.
한오봉에서 바라본 고덕산으로 가는 능선길.
정맥길이 아닌 고덕산길은 그리움으로 남겨놓고 다시 만난 일행들과 마지막 봉우리인 경각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런데 한오봉을 내려서면서 만나는 편백숲에 들자 산님들의 마음이 갑자기 달라진다.
이곳에서 30여분간 삼림욕을 하고 가자며 모두의 마음들이 일치되어 신발끈 풀고 피톤치톤을 맘껏 마신다.
잠시의 휴식이었지만 그것도 커다란 힘이 된 듯, 모두의 발길이 힘차고 빨라진다.
그러나 급히 서두를일은 아니다. 왜냐면 가파른 경각산을 올라야 하는 수고가 또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경각산을 향하는 어느 등로의 숨은 조망터에서 경각산의 높이와 산세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한다.
경각산을 오르기 위해선 그 앞봉이 하나 더 있었음을 알았으니 페이스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효간치를 지나고 드디어 경각산의 앞봉을 향해 오르는데, 이게 영 장난이 아니다.
직벽은 아니지만 이 무더운 산행에서 단번에 올라서기에는 무리가 있는 경사도의 오름길이다.
몇번을 쉬면서 오른 경각산의 앞봉에 올라서니 한오봉과 옥녀봉이 키재기를 하며 나란히 서있는 것이 멋진 광경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되돌아 서면 마지막 남은 경각산이 또한번의 오름길이 있으니 쉬엄쉬엄 올라오라 메세지를 던져온다.
대간길과 정맥길이 힘드는 것은 내려섰다 싶으면 다시 오르고, 다 올랐다 싶으면 다시 내려서는 힘듦이 있어서이다.
그 고통을 마다하고서 인내를 극복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쳐간 호남정맥의 경각산을 이렇게 지나는 추억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경각산 정상에서의 주변조망은 꽉찬 수림으로 인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곧바로 하산을 시도하게 된다.
경각산에서 불재까지의 하산길도 짧은 길은 아니지만, 시원스런 녹음과 내려막길어서 그래도 지루함이 좀 덜하다.
그 하산길에는 값으로 따지면 수천만원이나 될 법한 이런 멋진 소나무 앞에서 잠시 넋을 잃기도 한다.
얼마를 내려 왔을까, 경각산 정상에서 보지 못한 조망을 볼 수 있는 바위전망터가 있으니 바로 이곳이다.
커다란 <구이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전망터에 올라서면 우측으로 금성산이 바라다 보이고~~
짙은 연무에 시야가 흐릿하지만, 구이저수지를 둘러싼 주변 평야를 담을 수가 있으며~~
다시 구이저수지를 정면으로 바라다보면 전주의 <모악산>이 구이저수지를 품고 있음을 눈시리게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좌측으로 각도를 돌려보면 호남정맥의 다음구간이 기다리고 있는 산봉들이 치마산을 끼고서 장엄하게 서있다.
산행은 역시 조망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 지루하지 않고 기억속에 많이 남으며 조망터를 내려서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제 오늘의 날머리인 <불재>가 얼마남지 않았다.
길도록 오래도록 힘들게 걸었다. 이곳만 내려서면 오늘의 산행은 끝이난다.
왜냐면 오늘은 더이상 갈 수 없는 이곳이 <불재>이고, 우리를 태워갈 미니버스가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산행을 끝내며 덤으로 이 이정표를 남긴다. 왜냐구요? 다음 7월 산행이 이곳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 더 많은 포토산행기와 포토여행기를 보시려면 다음 블로그 <심헌산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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