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경북청도 <육화산/흰덤봉> 운문지맥 산행

심헌 2012. 4. 30. 21:55

<2012.04.28(토) 경북청도 육화산/흰덤봉 산행사진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장연교>마을회관>383m봉>암릉지대>육화산>운문기맥능선>능사지굴>흰덤봉>497m봉>바위전망터>연수원>장연교회귀

GPS상 실제거리  총 11.4Km  , 총 6 시간 39분 소요 (식사,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입니다 -

 

 

 


참으로 기다렸던 산이고 오르고 싶었던 산이었습니다. 왜냐면 구만산을 두번씩이나 오르면서 구만산과 마주한 능선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운문기맥의 능선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육화산과 흰덤봉을 연결하는 산인 줄은 오늘에사 그 길을 걸으면서 알았습니다.

산행은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상세한 지도책을 펼쳐놓고 그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닌 두발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발로 체험하지 않은 산행은 원래 말하지 말라고 했고, 그 산에 대해 아는 체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하기에 얼른 올라보고 싶었고, 어떻게 길이 나있는지 알고 싶었고, 어떤 모습의 산세인지 궁금했었습니다.

경북 청도의 매전면을 수없이 지나 다니면서 저것이 육화산이다 싶었지만 막상 그 산을 오르고 보니 함부로 아는 체를 할일이 아니었습니다.

 

운문기맥의 전구간을 아직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운문기맥은 아름답고 멋진 지맥을 수없이 거느린 산맥입니다.

운문기맥의 주능선을 기점으로 남쪽(남릉)과 북쪽(북릉)에 딸린 지맥들은 한결같이 명성을 지닌 산들이고,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곳의 모두를 다 걸어보리라 마음먹었고, 지금은 70% 이상의 산길을 걷지 않았나 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욕심을 내지 않으려 합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라도 그 길을 하나 둘씩 걷다보면 어느 새 모두 완주하는 날이 있겠지요.

아직도 몇몇 구간은 벌써부터 궁금해 그 길을 빨리 갔다와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천천히 이행하려 합니다.

산은 그대로이고 어디로 달아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만 바쁜 인간들의 앙칼진 욕심이 바쁘게 길을 재촉하는 것이지요.

 

육화산은 운문기맥 중앙지점 쯤의 구간의 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산으로써 운문기맥을 타다 그곳을 가려면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 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육화산 아래에 있는 장연리마을회관을 기점으로 암릉을 따라 올랐다가 거쳐가는 산이기에 주능선에서 왕복할 일은 없습니다.

육화산은 산정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곳을 오르는 암릉구간과 탁트인 조망을 자랑하는 바위전망터들이 일품인 산입니다.

 

경북청도의 매전면을 사이에 두고서 육화산과 마주한 산들은 온통 미답의 산들로 꽉차 있어 산을 오르는 내내 그 산세를 짚어보게 합니다.

산을 그리움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내게 있어서의 미답의 산들은 언제나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설레이는 산들입니다. 

하나의 산을 오름으로 해서 그 주변의 산들을 읽어가는 재미와 그 산을 오를 계획을 세우는 마음은 언제나 부푼 마음입니다.

 

오월의 향기가 있는 계절이 다가오지만 윤삼월이 있어 그런지 운문기맥의 능선길을 채울 산철쭉은 아직도 꽃을 틔우지를 못했고,

연록의 색상을 피우는 잎들만이 입하가 있는 오월의 계절을 향해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는 모습들입니다.

산 만큼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곳은 아마도 드물 것입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산의 모양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죠.

 

올해도 예년처럼 봄이 슬쩍 왔다가 여름으로 숨어 버릴 것 같습니다. 봄꽃의 향연도 제대로 느끼지를 못했는데 어느 새 더위라니.

지난해 여름은 산행을 별로 하질 못했는데 과연 올해도 그렇게 산을 오르지 못할 것인지 스스로가 궁금해집니다.

몇구간 남지 않은 미답의 운문기맥을 맹위를 떨칠 여름이오기 전에 타야 하는데 욕심을 내지 않으려는 마음이 미리 제동을 걸어옵니다.

 

구만폭포로 흘러내리는 통수골의 물소리와 흰덤봉 중턱에 자리잡은 능사지굴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조망은 최고의 아름다움이었죠.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흔적만 가지고 산을 내려서면 좋았겠지만 마지막 하산길에서 함께했던 일행과의 얼굴 붉힐 일들이 있었으니,

산을 통해 나를 찾아가던 입장에서 볼 때 하산길은 스스로에게 많은 물음과 공동산행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산행을 끝낸 아쉬움이었습니다.

 

하지만 푸르른 산만을 생각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미동도 하지 않는 거산의 위엄을 보면서 하찮은 소견들을 접으려 합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 수밖에 없듯이 산을 통한 나는 결국 산꾼일 수밖에 없으니 이런 흔적을 남길 수가 있는 모양입니다.

아름다운 산의 품이었고, 아름다운 산의 향내였건만, 오늘은 이런 마음을 남기는 것으로 못내 아쉬움을 달래려 합니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는 이 곳, 장연교에서부터이다. 장연교 너머로 올라야 할 383m봉 능선이 우람하게 다가서 있다.

 

많지 않은 인원이자 일행들이기에 작은 흔적 하나는 여기서 남기고 떠나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도~~~

 

대추나무가 즐비한 길을 따라 마을회관 앞으로 들어간다.

 

미답의 산행길에선 들머리만 제대로 찾으면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이라 했다.

 

누군가가 먼저 갔던 표시기인 시그널을 따르니 본격적인 산길이 나타나고, 지금부터 육화산까지는 계속 오름길일 것이다.

 

우거진 수목들에게서 연록의 잎이 돋아나는 만큼 우리들의 이마에도 연신 땅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만나는 첫 바위전망터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른다. 언젠가 오르게 될 미답의 산들이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서있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도 역시 미답의 산들이 반가히 이곳을 향해 몸짓해 오고~~

 

또 고개를 돌리니 맨 나중 하산지점인 전망바위 방향의 산자락까지 마중을 나와 앉아 있다.

 

제1전망바위를 지나 353m봉을 지나 제2전망바위에서 다시 되돌아본다. 역시 장쾌한 조망이다.

 

위사진에서 다시 우측으로 각도를 확 돌리니 운문기맥의 주능선인 흰덤봉과 612m봉의 굴곡진 능선이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다. 

 

전망터에서 다시 하산지점의 코스만을 정조준해 각도를 잡아본다. 흰덤봉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497m봉에서 하산이 시작된다. 

 

가파른 길을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른 것일까, 552m봉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특히 산행에선 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육화산을 오르는 이 능선길에도 산성이었던 흔적이 이렇게 발견된다.

 

성터를 지난 암릉의 전망터에서 다시 주변을 돌아본다. 예전에 올랐던 산들이 그림처럼 장쾌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줌을 당겨 바라보니 비슬기맥이 지나는 화악산이 맞은편의 남산과 마주하고 있음을 살펴본다.

 

아주 날카로운 벼랑을 옆에 끼고서 육화산을 향해 모두들 열심히 오르고 있다.

 

이런 곳이 성터였다면 천혜의 요새일터. 바라만 봐도 다리가 아찔해 온다.

 

험난한 마지막 암릉터에서 올려다 본 육화산 정상. 이미 앞선 일행들은 벌써 저곳을 통과해 정상에 서있을 것이리라.

 

함께한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절경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더딘 걸음일 수밖에 없다.

 

육화산을 오르다 다시 내려다본 장수골 우측골인 칠밭골의 모습. 우린 그 골을 끼고서 좌측 능선길을 따라 올라왔다.

 

그래도 이곳이 비탈진 험한 곳이라고 누군가 로프까지 설치를 해 놓았네.

 

로프를 잡고서 그곳을 올라서니 지나온 암릉의 구간을 비롯해 지나온 능선길이 장엄하게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에 올라선 <육화산> 정상. 육화산은 운문기맥의 주능선에서 비켜나 있어 이곳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가야 한다.

 

육화산에서 바라본 소천봉, 용암봉, 종지봉 능선이 운문기맥에 딸려 있음을 여기서 바라본다.

 

또한 육화산에서 바라본 청도군 매전면 쪽의 산들이 이곳과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역시 육화산과 마주한 산들. 조만간 나의 발길이 거쳐가게 될 현재는 미답지의 산들이다.

 

육화산 정상에 외로히 서있는 소나무 아래에서 중식을 해결키로 한다. 그러나 왠지 밥맛이 쓴맛이다.

 

중식을 끝낸 일행은 다시 운문기맥의 주능선을 찾아 육화산을 벗어난다.

 

봄이 늦어서인지 연록의 잎들이 돋아나고 있어 이길은 이제사 봄맞이 준비에 한창 열중이다.  

 

운문기맥의 주능선에 올라섰다. 우측은 오치령 방향이고, 좌측은 구만산, 억산 방향이니 우린 흰덤봉이 있는 좌측길을 따른다.

 

이제 얼마있지 않으면 운문기맥의 이 구간은 산철쭉으로 꽃단장을 할 것이다.

 

산길에서 철따라 피는 꽃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것도 운이 따라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658m봉에 있는 갈림길 표시판들이다. 그런데 어째 이정표들을 헷갈리게 해서 달아 놓았는지?

 

그러나 이정표와 상관없이 기맥의 능선길은 하나 뿐이니 우린 말없이 그냥 스쳐갈 뿐이다.

 

어느듯 612m봉을 지나면서 어느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육화산 방면의 풍광들.

 

다시 고개를 좌측으로 돌리니 육화산에서 운문기맥의 주능선과 만나게 되는 657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조망된다.

 

그리고 조망이 어찌 그것 뿐이랴. 육화산에서부터 계속 보고 있는 산들을 다시 이곳에서 또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줌을 당겨 바라본 산행들머리였던 장연교와 장수골 마을회관, 그리고 장수골도 꽤나 깊어 보이고, 

 

갈길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니 통수골을 끼고있는 구만산과 흰덤봉, 그리고 697m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구만산에서 바라봤던 이 길이 궁금했었는데, 오늘에사 이 길을 걷게되는구나.

 

그리고 그 길에 구만산 통수골의 구만폭포로 내려서는 갈림길도 있지만, 오늘 우리가 걷는 길은 구만산이 아닌 흰덤봉이다.

 

그래서 통수골 구만폭포로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흰덤봉으로 지금 길을 재촉하며 걷고 있다.

 

그 길 어딘가에서 우람하게 바라보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흰덤봉>이다.

 

다시 그 흰덤봉을 오르다 만나는 또하나의 갈림길. 바로 능사지굴이 100m지점에 있단다.

 

흰덤봉 중턱 암벽 벼랑에 있다는 능사지굴, 이 곳을 그냥 놓치고 갈 순 없어 수고를 자청할 수 밖에~~~

 

능사지굴은 비박하기에 딱 좋은 굴이 있는 곳이지만, 능사지굴에서 바라본 이런 조망은 정말 눈부신 풍광이다. 

 

운문기맥은 물론 육화산에서 부터 맞은편의 유명산들까지 바라볼수 있는 능사지굴은 과히 멋진 곳이다.  

 

능사지굴은 이렇게 생긴 크고 작은 굴이 여러 개 있는 곳을 말하지만 어떻게 이런 굴이 생긴 것인지 알수는 없다. 

 

능사지굴을 갔다가 돌아나오다 바라본 운문기맥의 주능선길. 연록의 물결이 넘실대는 것이 과히 장관이다.

 

잠시 후 흰덤봉의 조망터에서 바라본 비슬기맥의 선의산, 용각산이 지나는 구간도 여기서 눈부시게 바라본다. 

 

그리고 지도상의 어느 무덤을 지난다. 누구의 무덤이길래 이 험하고도 높은 곳에 묘터를 썼을까.

 

그리고선 올라서니 오늘의 마지막 오름지인 697m봉. 흰덤봉이라 써있지만 697m봉과 흰덤봉은 별개의 봉우리다.

 

697m봉을 넘어 잠시 후면 만나는 갈림길. 우측은 운문기맥의 주능선길이고 좌측은 원점회귀하는 하산길이다.

 

그래서 이젠 운문기맥을 버리고 기맥에 붙은 지맥을 따라 하산을 시도하는데 우측 멀리 얼마전에 올랐던 허들개봉이 바라보인다.

 

저멀리 비슬기맥과 미답의 산들이 줄지어 선 바로 앞의 능선길이 오늘의 마지막 하산 능선길이다.

 

산을 내려섬은 언제나 아쉬움이다. 원하던 곳을 올랐다는 성취감보다 그곳을 뒤에다 두고 오는 아쉬움이 커서일 것이다. 

 

그래서 지나온 흔적들을 더욱 더 머리속에 담아갈려고 애를 써는지도 모른다.

 

그런 아쉬움과 속삭이다 내려서고 보니 마지막 전망터인 <바위전망터>에 다가선다.

 

맑은 하늘, 따가운 햇살, 시원한 바람, 그리고 멋진 풍광. 이 전망터에서 만나는 자연의 귀한 선물들이다.

 

이제 오늘의 산행에서 바라볼 것은 다 바라다 보았다. 이제 할 것이 있다면 오로지 내려서는 일일 뿐.

 

오를 때는 가파르게 올랐지만, 내려서는 이 길은 생각보다는 쉬운 길이다. 

 

그런데 산행후의 미담들로 떠들썩해야 할 하산길이 까탈스런 일 하나로 모두가 제각각 흩어져 내려선다.

 

그러다 임도길을 만나지만 아직도 내려서야 할 길은 멀고 내려서는 길은 재미가 없다.

 

내려서다 보니 스치게 되는 경북도에서 세운 어느 연수원 건물, 그 뒤에 있는 바위가 마지막 전망터였다. 

 

이제 처음 출발했던 길로 다시 돌아간다. 산행출발 시 보았던 그 광경은 저렇게 말이 없는데 우리 인간들은 왜그리 까탈스러운지.

 

산행은 끝이 났고, 산행들머리였던 장연교 옆 어느 농가의 밭 속에 있는 장연사지를 산행후의 덤으로 둘러본다.

 

두 기의 석탑이 저렇게 보존되고 있는 장연사지에 섰지만, 산행의 끝마무리가 시원스럽지가 않아 이곳에 서기가 부끄럽다.

 

번창하던 시절 장연사의 석탑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을 터이지만, 나는 오늘 여기서 무엇을 염원하고 갈까?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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