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순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2010년 6월 20일 팔공회 회원으로 구성된 꼬치친구들이 유월의 나들이를 위해 먼 길을 나서봅니다.
창원에 사는 친구와 목포에 사는 친구가 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지점인 순천.
순천을 정한 이유는 그 곳에 갈대숲의 자연생태공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마가 시작되어 우중충한 날씨에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계획한 여행이기에 그런 것 쯤은 문제가 될게 없다는 생각에서 모두들 기분좋게 출발합니다.
순천으로 여행하기에 앞서 순천에 대해 스크랩한 것을 뒤적거려 봅니다.
2010. 2. 24일자 조선일보에 기고된 조용헌 교수의 <순천>론을 잠시 살펴봅니다.
지명에는 뜻이 담겨 있다. 순천이라는 지명도 예사롭지가 않다. 공자는 일찍이
'순천자존(順天者存)하고 역천자망(逆天者亡)이라' 고 설파하였다. 순천이란 말은 여기서 유래하였다.
근래에 와서 어떤 풍수도참가는 이렇게 말했다. 여수의 맑은 물로 마음을 씻으면 순천은 하늘을 따른다.
다른 이름도 많이 있는데 굳이 '하늘을 따른다''하늘에 순종한다'는 이름을 얻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왜 이렇게 부드럽고 순한 이름이 붙여졌는가. 산세와 들판, 그리고 물길이 순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순천 주변에는 악산이 없다. 험하게 돌출된 바위산이 없다는 말이다. 또한 먹고 살기에 충분한 들판이
갖추어져 있다. 그런가 하면 여수,광양 쪽에서 올라오는 해산물도 풍부하다. 먹을 것이 풍부하면
사람의 인심이 순해지기 마련이다. 순천의 산세도 삼산이수(三山二水)로 되어 있다.
순천대학에서 앞산을 쳐다보면 삼산이다. 산이 세봉으로 이어져 있는데다가 그 아래를 양쪽에서
내려온 물이 합해서 흘러가는 형국이다. 두 갈래의 물은 옥천과 동천이다.
산이 하나만 있는 것보다 세 봉우리가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으면 기운이 박하지 않고 두터우면서 오래간다.
물은 산을 감싸주면서 흘러야만 산의 기운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그래서 산과 물이 서로 싸고 도는 곳을 명당이라고 보는데 '삼산이수'는 이러한 명당의 대표적 조건이다.
더군다나 삼산의 모양이 붓의 끝처럼 뾰족하다. 이러면 문필봉이다. 이러한 문필봉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는 문장가나 학자가 나온다고 본다. 이처럼 먹을 것도 많고 물류의 흐름도 좋고, 산세도 명당이므로
조선중기의 문장가였던 허균은 순천을 가리켜 '조선의 강남'이라고 규정하였다.
중국의 강남지역이 풍요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순천은 따뜻하고 먹거리 풍부한 살기좋은 지역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조선시대까지 남해안을 끼고 있는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물산이 풍부하고 살기좋은
곳을 꼽는다면 <진주와 순천>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지명의 의미를 가진 곳에서 내륙의 물길은 순천만으로 드나들며 아름다운 갈대숲을 만들었으니
천혜의 자연생태조건이 아닐 수가 없겠죠. 늦가을의 바람에 허우적거리는 누런 갈대숲은 사람들의 혼을
뺀다고 했지만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라는 생각에서 여름의 갈대숲을 찾아 지금부터 걸어가 봅니다.
텁텁한 날씨였지만 이런 자연이 내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