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전북진안 <부귀산/주화산> 금남호남정맥 산행

심헌 2012. 4. 9. 22:08

<2012.04.08(일) 전북진안 부귀산/주화산 산행사진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강정골재(활인동치)>부귀산>우무실재>질미재>가정고개>가죽재>622m봉>641m봉>조약치>주화산>모래재

GPS상 실제거리  총 18Km  , 총 6 시간 50분 소요 (식사,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입니다 -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그 길은 얼마전에 전남광양의 망덕산을 끝으로 산행종료를 했던 호남정맥 산행입니다.

그러나 그 때 산행종료를 하면서 남겼던 산행후기에 이런 글을 써 놓았습니다. "처음 시작은 안했지만 끝산행은 마친다"고 말입니다.

절반에도 못미치는 호남정맥의 구간산행을 해 놓고서 호남정맥을 종주했다고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어서 정말로 걸어보지 못했던

그 구간들을 직접 두발로 걸어보고 싶어 장장 600Km에 달하는 멀고도 먼 그 길에 다시 동참해 선 것입니다.

 

물론 지난번에 마친 구간들은 복습을 하듯이 다시는 걷지는 않을 것이며, 오직 미답의 구간들만 채워 전체구간을 완주할 것입니다.

미답의 구간이 적지 않아 그 구간을 모두 함께하려면 아마도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함께하는 사람들이 매주 정맥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한달에 한번 정맥산행을 하기로 한 계획 때문입니다.

 

1년이 걸려도 좋고 2년이 걸려도 좋습니다. 미답의 구간을 두발로 걷는다는 것과 맥을 중심으로 한 좌우의 산들을 아는 것에 의미가 있어서입니다.

나는 산행을 신체적 운동을 목표로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었고, 오직 조국산하를 두발로 걷는 여행에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산여행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산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기 위함입니다.

 

하나의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도 산행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맥산행은 그것과 다른 또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지루하기도 하고 무수히도 오르고 내림이 반복되는 길이지만 굴곡진 맥의 흐름이 던져주는 산하의 메세지가 아름다움이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정맥산행과 기맥산행을 즐기게 되었고, 앞으로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그렇게 걸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번에 떠난 산행은 금남호남정맥의 한구간인 부귀산을 거쳐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의 분기점을 이루는 그 지점까지의 산행입니다.

특히 이번 산행은 쾌청한 날씨속에 말귀를 닮은 마이산을 아주 가까이에서 뚜렷한 모습을 바라보며 걷는 산행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거기다가 멀리서 보면 어느 짐승의 코끝을 닮은 모습을 한 부귀산의 자태는 걷다 또 되돌아보게 하는 끌림이 있는 산이어서 좋았습니다.

 

미끄러워 힘은 조금 많이 들었지만 솜길처럼 푹신한 낙엽길은 걸을 때마다 사각거리며 울리는 자연 그대로의 소리는 또 듣고 싶은 길이었습니다.

노랗게 수를 놓고 있는 생강나무며, 현호색, 산거울, 양지꽃, 노루귀, 산비비추 등의 마중은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조우였습니다.

특히 부귀산의 바위전망터에서 바라보는 마이산을 둘러싼 호남정맥의 품은 산자락은 한동안 머물며 자리를 떠지 못하게 한 풍광이었습니다.

 

세상사의 이치가 지나온 것은 모두가 추억이 되고 흔적이라 하지만 산에서는 지나온 것들이 모두가 회상의 그림자처럼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그래서 산에서는 아름답지 않는 것이 없으며, 돌아보지 않을래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산행이라는 여행입니다.

또한 산은 보는 만큼 알며 아는 만큼 말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곳이기도 한 것이 여실히 증명이 되기도 합니다.

 

정맥길의 좌우에는 살피면 살필수록, 바라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산들이 포진해 있고 그것을 읽어내는 재미는 산행의 진미를 더해줍니다.

특히 금남정맥길에 있는 연석산과 운장산이 오래전에 찾았던 산이지만 이번 산행에서 멀리서 보는 재미를 안겨준 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하기에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랜 것처럼 내일도 배낭을 메고서 누가 뭐라든 또다시 길을 나서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이제다시 호남정맥의 분기점을 출발해 멀고 먼 장도의 출발점에 다시섰습니다.

수많은 산들을 넘어야 하고 수많은 고개와 재를 넘어야 하는 그 길에서 다시 내가 주워 담아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나를 돌아보는 것이 제일 큰 일일 것이고, 그 다음은 인연일 것입니다.

 

그 인연은 사람일 수도, 자연일 수도, 오늘처럼 담아온 크고 작은 흔적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흔적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산행의 또다른 재미이자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찾는 일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인연처럼 다가온 오늘을 걸었던 그 길을 다시보는 시간입니다. 그 것은 내 삶의 이야기인 심헌의 포토산행입니다.    

 

 

   

금남호남정맥의 마지막구간인 전북진안의 강정골재이기도 한 활인동치

 

오늘 우리는 이 재를 들머리로 해서 부귀산을 거쳐 호남정맥이 시작되는 주화산 조약봉으로 향한다.

 

정맥길이라 길은 좋다. 하지만 재를 건널 때쯤이면 조금은 어수선함은 어쩔 수가 없다.

 

활인동치를 떠나 잠시 숨고르기를 시도하며 헉헉거리며 오르면 이런 전망대를 만나지만 특별한 전망은 없다.

 

그래서 전망대를 힐끗 한번 쳐다만 보고는 이내 어수선한 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산길을 접어들고서야 오늘 이 이구간에서 만날 이런 조망과의 조우를 시도한다.

 

그 것은 바로 신이 내린 <마이산>이다.  나는 17년 전 95년도에 우측 봉우리인 암마이산 정상을 올라보았다.  

 

그리고는 세월이 흘러 2008년도에는 광대봉에서 봉두봉으로 이어지는 도립공원 산능을 걸어었고 바라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전북진안의 마이산은 오늘 이 길을 걷는 동안 줄곧 등뒤로, 또는 옆으로도 계속 바라보게 될 것이다.

 

산능을 넘어서며 잠시 마이산이 사라지자 이제는 이 구간의 첫 오름지인 <부귀산>이 멀리서 기다리고 있음을 몸짓해온다.

 

부귀산까지는 도상거리로는 몇키로가 되지 않지만 저렇게 굴곡지며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는 길임은 걸어봐야 알게된다.

 

산길이 지루할 때쯤이면 어김없이 돌아보게 하는 것이 말귀를 닮은 마이산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조망에 취하고 사진 앵글속으로 신이 내린 풍광을 담는 사이 함께한 일행들은 저렇게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산길에 접어들면 각자가 산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같을수가 없지 않은가.

 

마이산 너머로 지난 달에 걸어왔던 제3구간의 성수산, 덕태산 산능이 옅은 연무에 숨으려고 한다.

 

그리고 산길에는 멀리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조망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나무 밑을 걷는 재미는 또다른 신비이다. 

 

그렇게 걷는 사이 어느 갈림길이 나온다.  지나온 길과 갈길의 거리가 산객들의 머리속에 각인이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는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된비알의 코스는 산이 언제나 평길로 구성되어 있지 않음을 두발로 느끼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힘든 오름길이라 하여도 다시 숨을 고르게 하는 평길이 있음은 세상의 이치이다.

 

땀을 훔치는 사이 또다른 작은 갈림길이 나오고~~~

 

또다시 연이어 갈림길이 반복되고, 길의 우측지대는 진안군에서 가꾸는 삼밭이지만 그 것을 보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마이산을 뒤로하며 멀게만 느껴졌던 <부귀산> 정상이 바로 이 곳이다. 옳은 표지석은 없고 표지기둥만 이 곳이 정상임을 알린다.

 

산명이 말하듯 자손들의 부귀함을 바라서인지 부귀산 정상에다 누군가 이렇게 조상의 묘를 써놓았다.

 

부귀산은 멀리서보면 짐승의 코와 같은 모습을 한 이런 전망바위터가 있다.

 

이 곳에 서면 마이산을 가운데 두고서 지나온 산들을 비롯해 앞으로 가야할 산들의 포위망을 한눈에 바라볼 수가 있다.

 

그래서 파노라마 형식으로 180도 구간을 돌아가며 비경을 앵글속으로 집어 넣어본다.

 

들머리를 출발할 때보다 기온이 올라가니 연무가 좀더 많이 끼어 사진이 선명하지 않는 것이 너무 아쉽다. 

 

우측 벼랑바위를 끝으로 바라본 저 멀리의 산능은 오늘의 날머리가 되는 곳이자, 다음구간을 걸어야 하는 산맥들이다.

 

험한 전망바위를 돌아 내려서면 이제는 참나무와 낙엽들이 무수히 깔린 산길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커다란 조망 같은 것은 기대할 수가 없다. 다만, 이런 나무들 사이를 걷는 우리자신들의 모습만 볼 수 밖에.

 

산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참으로 많은 신비가 서려있는 곳임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산이라는 존재이다.

 

좀전에 이야기했던 부귀산의 자태가 저렇다. 짐승의 코같이 옆으로 툭 튀어 나온 곳이 180도 반경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터이다.

 

신비한 것은 그런 산세만이 아니다. 모진 바람에 날려가 없어야 할 낙엽들이 산등성이에 저렇게 쌓여 있는 것도 작은 신비이다.

 

정맥길은 오름과 내림이 무수히 반복되는 지루한 길이다. 인내를 요하고 지구력을 시험하는 도전과 성취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길을 걷기 위해 도전한 사람들이 나는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항시 생각한다.

 

그런 과정들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살이와 또같을 수가 있는 것인지 참으로 묘함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모진겨울을 이겨낸 봄꽃들이 이렇게 마중을 나온 모습도 아름다운 신비가 아닌가.

 

그러나 정맥길은 여전히 돌고 돌며 오르고 내려야 하는 지루한 길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걸 모르고 나서지 않았으니 말이다.

 

산악회의 시그널이 무수후 달린 해발 600m의 봉우리를 꺽어니 가죽재를 향한 내리막길이 펼쳐지고~~

 

그 길을 내려서면서 바라본 642m봉의 봉우리로 가는 산길들. 미답의 길일 때는 그 길이 어떻게 굽이치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길에서 또다시 옆으로 시야를 돌려본다. 호남정맥 다음구간에서 걸어야 하는 만덕산이 좌우의 날개를 펼치고 섰다.

 

정맥길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좌절할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우직하게 걸어야만 한다.

 

우보는 소걸음을 말한다. 우직하게 걷는다는 것은 우보처럼 걷다보면 어느 새 목적지에 다다름을 이야기 한다.

 

우보가 아닌 경보로 따라오던 산님들이 곁을 스쳐가지만, 나는 산길에서 나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기 위해 이런 조망도 찾는다.

 

그리고 어느 새 앞서가던 사람들이 신작로를 향해 산을 내려서고 있는 것이 내려다 보인다.

 

다온 것이 아니라 차도로 인해 정맥이 끊어져 있기에 그 길을 건너기 위해서이다. 그런 이 곳이 바로 <가죽재>이다. 

 

차도 중앙분리대를 위험하게 넘으며 나는 슬픔을 느낀다. 길을 내는 것은 좋지만 맥이 이어지도록 터널이면 좋지 않을까 해서이다

 

가죽재를 넘어 어느 묘터에서 중식을 해결하면서 조금 전에 내려섰던 지난 길을 되돌아본다.

 

금남호남정맥길을 걷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갔을 것이고,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또 지날 것이다.

 

그래서 산길은 역사가 되고 그 길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 역사의 주연이자 조연이 되어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겠지. 

 

이 먼길을 걷는 도전도 나중 어느 날이면 저렇게 누워있는 한줌의 흙처럼 사라져간다는 사실을 알고 가는 것일까? 

 

알든 모르든 그래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고, 지금 이 순간의 최선을 다하기 위해 걸어갈 뿐이겠지.

 

지나온 마루금이 선명하게 바라보이는 이곳에 섰다. 부귀산이 저렇게 커보이지만 그 가운데의 굴곡진 길을 생각하면 아득하다.

 

그리고는 대자연의 신비스런 모습 하나를 신주모시듯 담아간다. 바위를 걸터앉은 세월이 과연 얼마였을까. 고개가 숙여진다.

 

다시 시작되는 된비알의 오름길. 잠시후면 오늘 코스 중 최고로 가파른 코스이다. 아마도 70도의 경사는 족히 될듯 싶다.

 

그리고는 <장구재>를 지난다. 재의 모습이 장구의 허리를 닮아 그리 부르겠지. 

 

장구재를 올라서니 시원스런 쉼터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본능적인 주변살핌이 시작된다.

 

앞으로 오를 641m봉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연석산과 운장산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 관찰된다.

 

줌을 당겨 바라보니 2009년도 쯤인가 한겨울 눈산행으로 올랐던 운장산의 서봉,중봉,동봉을 여기서 다시 보게되다니~~

 

또한 641m봉을 비켜선 좌측 뒤로는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의 분기점인 주화산의 헬기장 봉우리도 까꿍하며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쉼터 바위봉에서 되돌아본 지나온 길의 <부귀산>. 이제 이 곳을 벗어나면 부귀산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쉼터 바위봉을 벗어나 641m봉을 향해 다시 길을 재촉한다.

 

미끄러운 낙엽길, 오르내리는 길이 반복되면서 허벅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시쿰거린다.

 

누군가가 돌 하나를 주워다가 이 곳이 이런 봉우리임을 친절히 새겨 놓았다. 

 

그래서 길은 고마운 사람들의 추억과 아름다운 흔적이 깔리고 새겨진 곳이기도 한 것임을 이렇게라도 알게 된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를 올라야함에도 불구하고 근육통으로 인해 그냥 모래재를 향해 이 길을 따라 질러간다.

 

하지만 마음은 개운치가 않다. 오늘같이 쾌청한 날씨에 일망무제의 조망이 있는 봉우리를 버리고 왔으니 그럴 수 밖에.

 

하지만 할 수 없는 때도 있으니 그 것으로 위안을 삼자. 이 곳이 주화산 조약봉을 오르는 <조약치>이다.

 

조약치를 지나 마지막 오름길을 오르니~~~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갈리는 분기점인 주화산 조약봉이 기다리고 섰다. 

 

지금까지는 금남호남정맥을 걸어왔고, 이제부터는 호남정맥을 가야하는 시작점이다. 그래서 영원히 간직할 흔적하나를 남긴다. 

 

어느 산악회에서 호남정맥의 출발지점에다 수많은 산들을 거치며 가야하는 도전을 권하는 이런 소개글을 남겨 놓았다.

 

호남정맥 출발의 첫 봉우리가 바로 이 헬기장이다. 하지만 정맥분기점의 주화산 조약봉이 이 곳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된단다.

 

헬기장을 지나 모래재를 향해 내려서다 바라본 조금전에 지나온 금남호남정맥의 산길이다.

 

그리고 오르지는 못했지만 산불감시초소봉, 높이로 보아 저 곳이 주화산일 듯 싶은데 그래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일까? 

 

전주공원묘원이 있는 <모래재>, 오늘 우리가 산행을 마쳐야 하는 곳이고 걸은 거리를 보니 18Km이다.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  더 많은 포토산행기와 포토여행기를 보시려면 다음 블로그 <심헌산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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