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제주남원 <한라산 백록담> 특별 섬산행

심헌 2012. 3. 24. 15:48

<2012.03.22(목)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 산행사진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성판악>사라대피소>진달래대피소>백록담>용진각구름다리>삼각봉대피소>탐라계곡대피소>구린굴>관음사입구

GPS상 실제거리  총 18Km  , 총 7 시간 소요 (식사,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입니다 - 

 

 

참으로 오랜만의 제주행 나들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직장의 노동조합 운영진을 비롯한 조합원들과의 특별한 산행이었습니다.

내가 제주도 한라산 산행을 한 것이 2004년 2월초였으니, 실로 8년만에 찾아가 오랜 벗을 만난 것처럼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번 제주 한라산 정상을 올랐지만 한번도 맑은 날이 없었고, 산정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누구는 가는 날마다 청명한 하늘에 일망무제로 펼쳐진 사방의 수평선과 아름다운 제주의 시가지를 보았다며 자랑을 하건만,

나는 선업을 쌓지 못해서인지 가는 날마다 장날이라고 기상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를 보여주지 못햇습니다.

일출이든, 일몰이든, 운해이든 이모든 천혜의 비경은 3대간에 걸친 선업을 쌓은 자만이 볼 수 있다기에 나의 부덕의 소치이겠죠.

 

그러나 살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비경을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을 희망하며 덕을 쌓는 일에 최선을 다할 일입니다.

이번에 찾은 한라산 산행은 산행을 주목적으로 바다를 건너간 것은 아니고, 직장의 노사파트너십 행사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이었습니다.

다시말해 노사화합의 차원에서 치루어진 행사 중 어차피 제주를 갔으니 한라산 등반도 괜찮을거라는 생각에서 오른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산을 오르는 날이 눈도 아니고 비를 만난 우중산행이었으니 그리 즐거운 산행이 된것은 사실 아닙니다.

그러나 의미는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비가 왔으면 오르지 않았겠지만 산행 중 만난 한라산의 비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다행히도 많이 내리지도 않았고 그리 춥지도 않았기에 그 비는 함께한 모두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따스한 비였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한라산의 봄비를 어찌 맞아 보겠으며, 운무속에 갖힌 신비스런 한라의 숨은 자태를 어찌 구경할 수가 있을까요.

휘몰아치는 눈보라나 비바람이었다면 몹시도 힘들었을 산행이었겠지만, 드세지 않은 안개바람은 고산치고 포근한 바람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감추고서 한치 앞만을 보여주는 자연의 냉엄한 이치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내안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살아왔는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또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노사가 함께 떠나온 길이었기에 이 길에서 앞으로 노사가 어떠한 모습으로 상생협력하며 나아갈 수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게 됩니다.

적은 하나라도 나눠가질 수 있는 일, 작은 하나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하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산행은 이해할 수 있음을 배우는 곳입니다. 산행은 협력하는 것을 배우는 곳입니다. 산행은 고통을 나누는 것을 배우는 곳입니다. 

그래서 산행은 고통이 아니며, 쓸데없이 행하는 일이 아니며, 부질없이 땀흘리며 오르는 일이 아닙니다.

노사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산행은 끝이 나면 두둑히 쌓인 지갑처럼 어쩌면 많은 이문을 남기는 장사가 아닌가를 생각해봅니다.

 

세계 8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닌 명소로 꼽힌 제주, 그리고 그 제주를 하나로 아우르고 있는 제주의 지붕인 한라산.

굳이 남한의 최고봉이라 부르지 않아도 언제나 다가서고 싶은 산이자, 겨울이면 누구에게나 설레임을 안겨주는 산인 한라산.

이제 그 산을 내려왔지만 여운은 아마도 한동안은 뇌리속을 왔다갔다 할 것입니다.

 

아직도 안개비와 운무에 갖힌 신비가 눈에 아롱거리며 드세지 않는 바람이 귓전에 머무름을 느끼면서

지나온 그 날의 그 흔적속으로 되돌아가 보고자 합니다. 그 것은 소중히 담아온 포토로 보는 한라산입니다.

 

 

 

한라산 국립공원 <성판악>입구,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산행을 출발하기에 앞서 이곳에서 작은 흔적 하나를 남긴다.

 

그리고 시작되는 한라산 등반, 과연 정상에서의 조망이 어떨까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설레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내가 이 곳을 찾은지가 2004월 2월이었으니, 그러고 보니 만8년이라는 세월만에 이 곳을 찾는 셈이다.

 

그 때는 폭설이 내려 온천지가 하얀 백설의 나라였는데, 이제 보니 이 길이 돌길과 이런 길이었군요. 

 

8년이라는 세월은 강산이 한번 변해갈려는 세월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런 다리가 있었던지 가물가물합니다.

 

여기서 보니 성판악에서 정상까지는 도상거리로는 9.6Km이고, 출발한지 2.1Km가 되는 지점이네요.

 

아이젠을 챙겨 놓고 배낭에서 빠뜨리고 온 것이 걱정이 되었는데, 그 우려가 이렇게 현실로 나타납니다. 

 

출발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 길이라면 설령 정상을 오른다하여도 하산길의 위험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도 가끔씩 눈얼음길이 아닌 이런 길과 마주하는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 그 것도 잠시뿐이다.

 

그러다 처음 만나는 <사라대피소>, 8년 전에는 이런 대피소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어쨋든 잘 만들어져 있어 좋다.

 

사라대피소를 지나니 본격적으로 조금씩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이제 길은 흙바닥이 아니고 완전히 눈길로 메워졌다. 

 

하지만 아직은 아이젠이 없어도 걸을만 하다.

 

그러나 길은 서서히 더욱 더 가팔라지고 이제는 안개비를 동반한 운무가 서서히 산자락을 휘감는다.

 

<사라오름>과 <진달래대피소> 방향으로 갈리는 갈림길. 아이젠이 없으면 사라오름으로 만족해야 하거늘~~~

 

그래도 오기는 있어가지고 못먹어도 Go다.

 

오데로 말인가? 오데기는 오데기는? 백록담이 있는 산정을 향해서지.

 

진달래대피소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음인지 멋진 유토피아 세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옳은 빗줄기가 아닌 안개비이지만 카메라 촬영 땜시 우산을 꺼내들고 산행을 시작한다.

 

정상과 진달래대피소를 향하는 갈림길. 12시 30분까지 이 지점을 통과하지 않으면 정상을 향한 산행은 통제된다지.

 

그러나 우리는 10시 반경에 진달래대피소에 들어섰다. 다행히 이 곳에서 잠시 동안의 휴식과 아이젠을 모두 구입할 수 있었다.

 

해서 정상을 향한 발걸음이 조금은 가볍다.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을 얕보고 아이젠도 없이 이 곳을 찾아오다니 정말 겁이 없다.

 

봄이라고 하지만 한라산의 그 쌓인 눈이 다 녹으려면 족히 4월을 넘겨야 하거늘.

 

그 것을 몰랐다면 몰라도 그 것을 잘아는 내가 아이젠을 빼놓고 왔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실망스럽다.

 

8년 전 2월에 이 곳을 오를 때는 이 계단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와 계단을 밟은 기억이 없는데~~

 

그래도 3월이 되었다고 눈이 많이 녹아 계단길 맛을 보게 되는구나. 

 

그러나 그 때는 눈이 내린 후라 주변의 조망이 가끔씩 열려 주변을 보며 올라섰지만, 오늘은 완전히 꽝이다.

 

짙은 운무에 안개비와 바람까지, 하지만 한치 앞이 분간이 되지 않지만 카메라 셔터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찰깍거린다.

 

아직은 맞을 만하지만 바람소리가 드세다. 쓰고 있는 우산 날이 휘어진다.

 

운무와 바람과 안개비를 뚫고 꾸역꾸역 오르니 그래도 정상엔 도착하는구나. 일행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바람을 피하니 다행이다.

 

저곳이 한라산의 정상 표지목. 저 나무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것 같은데, 썩지도 않나?

 

백록담을 불러보지만 흔적은 보이지 않고 드센 바람만이 이 곳을 오른 흔적이라 울고 있으니 그냥 내려설 수 밖에 없다.

 

하산길은 관음사 방향이다.

 

그러나 그 길은 운무속의 이런 풍경을 선사하지만 오를 때와는 달리 상황이 더욱 더 좋지 않다.

 

기상만 좋다면 아름다운 절경은 이 길에 있는데, 아깝게도 이 산을 오른 오늘의 산객들은 모두가 덕을 쌓지 않은 사람들이로고~~

 

작은 주목의 군락들이 자태를 드러내며 산객들을 맞이하지만 운무는 그것도 꼬까운 듯 주변 몇미터를 보는 게 고작이다. 

 

가파르기로 소문난 곳인데 그래도 험한 구간은 계단을 설치해 놓아 조금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빙판길 구간은 어김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대피소에서 아이젠을 구입치 못했다면 아마도 이 길을 갈 수 없을게다. 

 

눈보라에 시달린 주목의 흔적들, 뭉실한 눈뭉치라도 쌓여 있다면 좀 더좋았을 것을~~8년 전의 이 길은 완전히 설국이었는데.

 

나무는 온데간데 없고 서있는 모든 것이 눈사람이고 눈뭉치였었는데, 오늘의 이 길은 그 때를 상상하고 걸을 수 밖에 없다.

 

눈보라에 시달리고 시달리다 죽어간 고목 앞에서 그래도 담아갈 것이 있다는 것일까. 

 

그리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를 상상하며 걷는 즐거움도 이런 길에선 필요하다는 생각도 불현듯이 든다. 

 

또한 8년 전 이 길에선 비료포대로 눈썰매를 타고 내려 갔었는데, 이젠 계단길이 그 것을 옛추억으로 돌려 놓았다.

 

얼마를 내려 왔을까? 이 곳은 예전 <용진각대피소>가 있었던 곳인 것 같은데, 대피소는 없고 그 흔적만이~~

 

왜 없어졌을까? 눈사태로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큰 물에 쓸려 없어진 것일까~~~

 

8년 전 용진각대피소에서 컵라면을 끓여지만 손가락이 끊어져 나갈 듯한 추위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했던 기억이 솟아난다. 

 

8년 전 그 때도 이 다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오래된 세월이 아닌데 그 당시 흔적을 카메라에 담아가지 않다보니 기억이 헷갈린다.

 

다리를 건너니 안개비가 굵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고도가 많이 낮아졌는가 보다.

 

눈사태가 많이 나는 구간인지 철책들이 휘어지고 구부러진 것이~~어째 이 곳을 통과하기가 좀 겁이 난다.

 

오후 1시가 넘었고, 배도 고프고 예전 용진각대피소도 지났는데, 어디서 중식을 해야하나 생각고민 중일 쯤. 

 

8년 전에는 없었던 것 같은 <삼각봉대피소>가 신기루처럼 번쩍 나타난다. 우리 일행뿐인 이 곳에서 우린 도시락을 비웠다.

 

대피소로 들어서기 전에 돌아본 이 암봉, 저런 모습을 했기에 <삼각봉>이라 이름 붙였을 것이다.

 

중식을 해결하고 대피소를 나서서 돌아본 <삼각봉과 대피소>. 좌측의 산객들은 누구신데 내사진의 모델이 되었지?

 

고도는 계속 낮아져 가고 이제 안개비는 완전히 비로 바뀌었고, 많이 내렸다 적게 내렸다를 반복한다.

 

비를 맞고 선 아름다운 저 소나무 사이의 눈길이 저리뵈도 족히 1미터는 쌓인 길이라 녹으려면 한달은 걸릴 것이다.

 

한라산의 소나무들이 잘빠진 육등신의 미인들처럼 모두 쭉쭉빵빵이다. 그 길을 걷는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초라하다.

 

소나무숲길을 지나니 산죽길도 맛본다. 산죽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을 때 그 것을 스치는 소리는 참으로 듣기 좋은데~~

 

아니~~한참을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도 해발이 1천미터 지점이라. 그럼 얼마를 더 내려가야 한담?

 

날머리인 관음사까지 3.2Km를 남겨둔 지점인 <탐라계곡대피소>를 통과한다.

 

8년 전에는 이 곳도 다리가 없었고 줄을 잡고 내려선 곳인데, 세월은 훌쩍 뛰어 이렇게 다리를 놓았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니만,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겠지.

 

스치면 모를 뻔한 <숯가마터>

 

수없이 많은 산행을 통해 만나는 일이지만, 세월은 흘러도 역사와 문화는 이렇게 남는다.

 

활화산이었을 때의 한라산이 뿜어낸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은 흔적을 이 계곡을 건너면서 만난다.

 

날머리 관음사를 1.5Km를 남겨둔 지점에서 만나는 또 하나 역사의 현장인 <구린굴>

 

옛날 저 곳이 석빙고 역할을 했다는 곳이란다. 한번 들어가보고 싶지만 자연문화보존지역이라 그저 바라보며 탄성할 뿐이다.

 

다시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의 계곡길을 통과하고~~

 

잠시후 이 길을 돌아서면~~

 

지루하게 걸어내려 왔던 관음사 입구인 날머리에 내려서며 한라산 우중산행을 마치게 된다.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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