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문경 <둔덕산/대야산> 백두대간 구간산행
<2017.10.15(일) 경북문경 둔덕산/대야산 포토산행입니다>
◈ 산행코스및거리 : 휴양림매표소>가리막골>둔덕산>손녀마귀통시바위>마귀할미통시바위>굴바위>밀치>대야산>월영대>용추골>대야산주차장
GPS 도보거리 14.3 Km , 약 6시간 10분 (중식, 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 지형도입니다 -
- 단풍 밭에 드러누운 바위들의 전시장과 축제장 -
【무슨 사연이 있어 그 절묘한 모습으로 그곳에 서 있는지~~】
새벽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일기예보에 제주를 비롯한 남해안 지역에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부터
이렇게 비가 빨리 내릴 줄은 몰랐다. 지난 여름 그렇게 기다리던 비소리였지만 산행을 위해 길을 나서야 하는 시간에 맞춰 내리는 비소리를
들으니 산행준비를 위해 청승을 떠는 내 모습을 힐끗 되돌아 본다. 하긴 오늘 떠나는 산행지인 경북 문경은 구름이 다소 많지만 맑다고 하니
별 문제는 없다. 백두대간을 비롯해 괜찮은 산들이 많기로 소문 난 문경을 또 찾게 되었으니 마음은 벌써 문경의 산에 올라 있다. 비가 오고
나면 기온이 많이 떨어질거라는 예보를 보면 단풍의 남하속도도 빨라질 듯하다. 단풍은 일교차가 클 때 빠르게 드는 만큼 날이 갈수록 때때
옷으로 갈아 입는 모습의 만산홍엽이 기대가 된다. 가을산의 대표주자는 뭐니해도 단풍이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산은 불탄다. 형형색색의
등산복 색상과 단풍의 색감이 함께 어울리며 산길에 불을 놓기 때문이다. 3년 6개월 전 4월 이른 봄날 백두대간 청화산과 조항산 구간을 오른
적이 있다. 봄은 왔지만 부는 바람은 차가웠고 등로는 아직 얼어 있을 때였다. 대기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아 조망의 가시거리도 멀리까지 이어
졌다. 조항산에 올랐지만 더 이상 대간을 따라 북진할 수 없는 여건에서 조항산에서 바라본 대야산과 고모치를 지난 삼거리봉에서 동쪽으로
뻗은 대간의 분맥인 둔덕산을 하염없이 바라본 적이 있다. 기회가 될 때 바위들이 즐비한 저 분맥능선을 걸으리라 마음먹었지만 그 기회에 동참
할 수 있게 되기까지 꼬박 3년 6개월의 긴 시간이 흘러 왔다. 인연이 빨리 닿지 않았을 뿐인데 그 때의 약속을 지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래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새벽길에 길을 나선 것이다. 문경으로 가기 위해서 경남을 벗어나면서 하늘은 차츰 비구름에서 벗어
나며 가을 하늘의 구름색으로 바뀐다. 함께한 산악회에서 제공한 조식의 닭죽 한그릇을 비우니 밤새 비었던 속이 따뜻하게 불러온다. 고속국도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들면서 차창으로 다가오는 산들의 풍경에서 단풍은 그리 발견되지 않는다. 가을산으로 드는데 단풍 한 조각도 보지 못한다면
이 계절에 이보다 더 가슴아픈 사연이 만들어 질까. 하지만 그래도 기대를 갖는다. 창가로 스치는 풍경에서 보는 것과 직접 산길에 접어들어
마주하는 산속 풍경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간 산행의 들머리는 대야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이다. 1인당 천원씩의 입장료를 내고선
곧바로 산으로 든다. 휴양림내 차도를 걷다 산길로 접어들면 초반부터 된비알의 오름길인 '가리막골'이다. 거북이처럼 오르되 능선삼거리까지는
쉬지 않는다는 목표로 하니 땀이 줄줄하다. 둔덕산은 능선삼거리에서 500미터를 갔다가 되돌아와야 한다. 작은 표지석이 지키고 있는 둔덕산에서
북쪽으로 조망이 명쾌하다. 하얗게 바위산을 채우고 있는 희양산이 눈에 제일 먼저 띄면서 백두대간이 이만봉을 거쳐 백화산, 조령산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옹골차다. 조항산에서 3년 6개월 전에 바라 보았던 그 약속을 이제 지키게 되어 후련한 마음으로 그 길을 되돌아 온다. 짧은
산행시간에 대야산까지 가기 위해 선두에서 길을 재촉하며 육산의 길을 따르는데 댓골마을로 내려서는 갈림봉을 지나면서 육산이 바위산으로
산세가 바뀐다. 손녀마귀통시바위를 지나 여자의 젖가슴인 유두바위도 만난다. 여기서부터 마귀할미통시바위까지는 온통 바위들의 전시장이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바삐 가야하는 산객의 발걸음을 여기저기서 붙잡는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곳에 위치하며 절묘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섰는지 대자연의 신비로움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가 많으니 주변 조망도 명쾌하다. 두꺼비 같이 생긴 돛대바위봉에 서면 남쪽으로는
조항산을 비롯해 시루봉, 연엽산이 이곳과 조우하고 남서쪽으로는 속리산과 백악산이 다가서며 북쪽으로는 막장봉, 장성봉, 구왕봉, 희양산이
찬란하다. 단풍은 뒷전이고 이렇듯 조망과 물형의 바위들이 산객의 혼을 빼놓는다. 이어갈 산행이 없다면 온종일 퍼질러 앉아 바위 축제장에서
함께 맘껏 노닐고 싶지만 가야할 길이 멀기에 사진으로만 고이 담아갈 수밖에 없다. 이게 산꾼의 운명이다. 백두대간길에 들어섰다. 대야산으로
길을 열기 전에 조항산과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유장하면서도 굴곡진 대간의 산세를 돌아본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기로 소망하며
사계절의 날씨와 상관없이 걷던 길이다. 백두대간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종주하지 않더라도 구간으로 걷는 그것만으로도 감격이다. 감격과
설렘으로 걷던 그 길을 지금 달리듯이 능선길을 걷고 있다. 굴바위 앞에서 외국인 산객 한 명을 만난다. 대간길을 종주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열심히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밀재에 내려선다. 오늘 산행이 당초 이곳에서 하산하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대야산을 오르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앞질러 왔다. 밀재에서 대야산 정상까지는 1키로의 거리지만 오르막이 버티고 있는 온통 데크계단길이다. 그 길에서 또 한번
어마어마하게 큰바위를 만나면서 입이 딱 벌어진다. 이렇듯 자연은 인간들을 놀라게 한다. 그리고 초라하게 만든다. 곳곳에 자리한 바위들의
자태는 그 절묘함이 필설로 설명이 곤란할 지경이다. 대야산 정상을 향해 오를수록 산세는 더욱 더 놀랍다.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암릉 곳곳은
데크다리와 계단을 놓아 이곳을 오르는데 편안함을 제공한다. 통제구역인 서쪽의 중대봉의 산세도 위압적이다. 대단한 코스라 소문나 있지만
통제구역이라 눈으로만 즐길 수밖에. 대야산 정상에 서니 사방이 일망무제다.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이 버리기미재를 지나 장성봉으로 이어지고
막장봉 서쪽으로는 남군자산에서 갈모봉을 따라 선유구곡으로 이어지는 산세도 유장하다. 남쪽으로는 지나온 길의 둔덕산을 비롯해 조항산,
청화산이 줄을 섰고 멀리 속리산과 우측으로 백악산, 가령산 등의 산세가 가감없이 눈시리게 다가오는 것이 왜 정상에 서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산은 이렇게 멀리서도 눈짓해 오는데 사람들은 대자연의 웅장함에 매료되기보다는 그냥 표지석에 매달려 이곳에 왔다간 흔적(인증삿) 담기에
열중이다. 힘들게 올라온 그 흔적을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대간과 지맥이 뒤섞여 흘러가는 사방 산세가 펼치는 아름다운 풍광을 짚어
보는 게 더 소중한 것은 아닐까. 남의 엉덩이만 보고 올랐다가 달랑 흔적 하나만 남기고 내려가면 주변 산에 대한 정보는 모르게 된다. 그래서
돌아보고 살펴보는 여유로움의 산행자세가 필요하다. 세상의 이치가 노력없이 되는 것은 없다. 산을 알아가는데 있어서도 그 이치는 변함이
없다. 이제 산을 내려간다. 계획에도 없던 대야산 정상을 올랐다 내려가니 그 기분 또한 단풍색상감이다. 월영대로 내려서는 길은 피아골로써
가파르기가 심해 데크계단이 설치되지 않았다면 오르내기가 여간 쉽지 않은 구간이다. 피아골 곳곳에 물들고 있는 단풍이 내려서는 지루함을
달래준다. 밀재에서 내려오는 등로와 월영대에서 만나면서 길은 아주 좋다. 용추계곡에서 하트모양의 용소를 만나면서 긴 하산길에 쉬어간다.
용추골에 흐르는 맑은 물빛을 보니 이곳의 가을도 깊어가고 있음을 엿본다. 원래 가을은 물빛부터가 다르다고 하기 때문이다. 용추골을 벗어나
대야산 주차장으로 가는 고개마루를 넘으면 산행은 이것으로 끝이 난다. 6시간 만에 두 개의 산과 잇는 골을 따라 14Km가 넘는 길을 걸어았다.
힘들게 달려온 시간이었지만 감동의 여운은 길게 남는다. 인생에서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삶의 질은 이렇게 달라진다.
오늘 산행의 출발지점인 대야산 자영휴양림 매표소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 더 많은 포토산행기와 포토여행기를 보시려면 다음 블로그 <심헌산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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