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경남거창 <보해산/금귀봉> 양각지맥 구간산행

심헌 2016. 9. 26. 21:25

<2016.09.25(일) 경남거창 보해산/금귀봉 포토산행입니다>

 

스및거리 : 내장포>옛고개>710봉>금귀봉>666봉>큰재>귀이터재>하봉>암릉구간>보해산>외장포갈림길>사과과수원>외장포>거기삼거리

GPS 도보거리 약 11.2Km  6시간 40여분 (중식, 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 지형도입니다 - 

 

 




【아~~가을, 그 산자락에 자연산 송이버섯 내음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이 엊그제 지났다. 폭염의 맹위를 떨치던 지난 여름의 한낮 열기가 대지를 점령하는 시간이 그 만큼 줄어들면서

우주의 시간은 계절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산야를 무성하게 호령했던 녹음의 물결이 수그러들고 빛을 바래게 하는 퇴색의 계절인 가을속으로

들고 있다. 가을은 만상의 존재들에게 갖가지의 옷을 갈아 입히면서 살아있는 생명들에게 다가올 혹한의 겨울을 준비하게 만든다. 또한 지금의


계절은 사람들에게 묘한 감정을 일으키게 만들며 산야로 불러낸다. 순환의 오묘함은 긴 겨울을 맞기 전에 자연의 풍요로움과 풍성함을 맞보며

대자연의 은혜를 누려보라고 가을이라는 계절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이 일탈을 감행해 줄줄이 길을 나선다.

올해는 만산홍엽의 물결이 예년에 비해 조금은 늦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지난 여름 폭염의 열기가 길어져 계절의 순환을 더디게 만든


탓이다. 하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고 있음을 주변의 풍광에서 본다. 코스모스가 알록달록한 색채를 띄며 창공아래 하늘거리기 시작했고

억새는 두꺼운 자신의 껍집을 벗고 나와 은빛 물결로 가을유혹을 준비하고 나섰다. 그래서 갈 곳이 많아진 탓에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이 계절의 가을이다. 추석명절이 끼어 황금연휴로 이어졌던 9월을 보내는 마지막 주의 휴일은 고민할 것도 없이 발길은 또 산으로 향한다.


거창한 산들이 많고 거창한 사과로 유명한 경남 거창군의 보해산과 금귀봉의 익어가는 가을을 보고 싶어서다. 추석명절이 낀 앞주에도 거창의

현성산과 필봉 구간을 걸었는데 이번에도 또다시 거창을 찾게 된 것이다. 오늘 찾아간 보해산, 금귀봉은 '양각지맥'의 구간이다. 백두대간의

대덕산에서 뻗어나온 하나의 긴 산줄기가 동남진 방향으로 남하를 거듭하며 김천의 수도산, 합천의 두리봉, 거창의 우두산,오도산, 고령의


성산을 거쳐 낙동강으로 꼬리를 내리는 '수도지맥'이 있다. 그 수도지맥상의 수도산은 다시 서쪽으로 양각산, 흰데미산을 거쳐 보해산과

금귀봉으로 분맥의 산줄기를 내는데 이 수도분맥이 바로 '양각지맥'이다. 보해산과 금귀봉은 이름부터가 귀티가 나고 예쁘서 기대가 되는데

보해산은 남쪽 사면이 아찔한 깊은 단애를 이뤄 천혜의 요새를 방불케 할 정도의 절묘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는 기운이 가득한 바위산이다.


그리고 금귀봉은 보해산과 달리 육산에 가까우며 멀리서 보면 뾰족봉 같아보여 정상에서의 사방조망은 말로 설명이 필요가 없다. 특히

금귀봉은 쭉쭉 뻗은 소나무가 울창하여 이 계절이면 귀하게 맛볼 수 있는 자연산 송이버섯의 보고이다. 요즘보면 금같이 귀한 것이 자연산

송이버섯이 아닌가. 그래서일까, 이 산의 이름이 금귀봉으로 불러지고 있는 것도 묘한 매력을 담고 있어 이와 관계가 없는지 자못 궁금하다.


그래서 그 곳을 찾았다. 거창의 너른 황금들녁인 가조면 들판을 지나 보해산과 금귀봉을 잇는 터널화되어 있는 안부고개를 거쳐 두개의 산이

북서쪽 아래로 품고 있는 내장포에서 산행들머리를 잡아 산을 들기 시작한다. 산행초입에 들어서니 등로에 떨어진 밤톨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어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본다. 금귀봉으로의 등로는 줄곧 오름길이다. 그런데 그 길은 몸매가 쭉쭉 뻗은 소나무숲 길이다. 금귀산을 보면


소나무들이 산을 두른 듯 하다. 그래서일까, 이 산에서는 자연산 송이버섯이 자생하고 있어 이 계절이면 마을주민들이 송이버섯 채취로 바쁘다.

등산객들이 이 곳 가을산행에서 조심해야 하는 이유도 송이버섯이 자생하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행도중 송이채취를 하던 마을주민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수확한 포대에는 송이버섯이 한가득이어서 군침이 돈다. 하긴 요즘 자연산 송이버섯이 금같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금귀봉의 산자락에는 이렇게 송이내음이 풍성한 가을을 만들어 낸다. 금귀봉에 올라서니 아침의 안개가 남아 있지만 사방의 조망은 일망무제.

정상에서 바라본 서남쪽은 가물거리지만 지리산 천왕봉과 서쪽으론 황석산,거망산,기백산,금원산이 다가서고 있고, 그 우측 너머로는

남덕유산을 비롯해 삿갓봉, 무룡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덕유능선이 지나고 있음을 본다. 또한 조망위치를 달리해 동북쪽으로는 가야할


보해산과 그 뒤로 양각지맥을 따라 수도산이 바라보이고, 동남쪽의 수도지맥을 따라서는 단지봉과 우두산, 비계산, 오도산으로 이어지는

그림같은 지맥의 산세가 산객의 마음을 황홀하게 한다. 산행의 진미라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땀흘려 힘들게 올라서서 거산들과 대면하는

이 순간이 산을 오르는 진정한 매력이자 이유가 아닐까. 대자연의 풍광 앞에 한 점도 되지 않는 초라한 존재인 내자신이 이 거대함과 대면할 수


있는 것은 산행이 아니고는 이뤄내지 못함을 이런 데서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 하염없이 앉아 있고 싶은 곳이지만 눈 앞의 보해산은 빨리오라

몸짓을 해대고 있어 금귀봉을 뒤로할 수 밖에 없다. 가파른 곳임에 테크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편안히 내려섬에 감사하며 금귀봉과 보해산을

잇는 능선자락에서 산행에서 제일 기다려지는 오찬시간을 갖는다. 오늘은 돼지고기 주물럭과 닭발까지 다양한 먹거리에 시원한 막걸리까지


곁들이게 되었으니 대단한 성찬이 아닐 수 없다. 걷는 것도 오르는 것도 먹는 것도 온통 감사함이다. 평소 삶의 주변에서는 그리 감사하지를

못하다가도 왜 이런 산길에서는 감사함이 통째로 느껴져 오는 것일까. 아마도 산의 위대한 존재 때문은 아닐까. 오후산행은 보해산을 오르면서

시작된다. 이미 대부분의 앞선 산객들은 보해산을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기로 따라갈 수는 없다. 산행은 인간에게 섣부르게 굴지 말라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다. 한발 두발 걸어야만 오를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무사히 하산해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산악계의 세계적 전설인

이탈리아 출신인 '라인홀트 메스너(78년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는 최근 어느 기자와 인터뷰에서 '등반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다'라고 했다. 무사히 돌아온다는 것은 잘 새겨보면 한발 두발 잘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해산은 암릉이 많은 바위산이다. 그만큼 오르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험한 구간은 테크계단이 조성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바위가 많은 산은 험준하고 힘들지만 조망터가 많다는 이점도 있다. 보해산의 하봉에 올라서면 이곳 또한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지나온 금귀봉이 지척에서 우뚝해보이고 금귀봉에서 보았던 사방의 조망들이 한번 더 그림같이 펼쳐진다. 특히 가조면의 황금들녁이 노랗게


익어가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또한 가조면 들녁을 에워싸고 있는 우두산 장군봉을 비롯해 비계산, 오도산, 미인봉, 숙성봉 등의 산세는

누런들녁과 함께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어 쉬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오늘의 아쉬움이라면 옅은 연무와 구름이 끼어 있어 조망이

시원치 못함이다. 보해산의 정상은 정작 올라가 보면 사방 나무들로 인해 조망은 없다. 하지만 하봉을 비롯해 정상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곳곳에 숨은 조망터가 있고 그곳을 찾아서면 대자연의 풍광 앞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후미에 선 입장에 앞선 사람들을 빨리 따라가야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 앞에선 어쩔 수가 없다. 산행의 진미인 조망을 놓치거나 그냥 스쳐지나면 귀중한 산행에서 얻어가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절경의 산수화는 보해산 같은 바위산이 품고 있는 것이다. 하봉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세의 남쪽사면은 천혜의 요새같은 벼랑을 이루고


있고 그 벼랑의 암벽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나무들에게서 생명의 존엄과 경외감을 보고 그 표현은 신비함,오묘함이라 할 수 밖에 없겠다.

 보해산 정상에서의 인증삿을 끝으로 양각지맥을 버리면서 곧장 하산을 서두른다. 정상은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정상은 원래 적막한 곳이다.

인간의 삶에서도 정상은 고독하다. 그래서 잘 내려서야 한다. 올라서는 길보다 내려서는 길이 더 어렵다는 것은 지난 경험에서 잘 보아왔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산비탈의 길을 따라 어렵게 내려서니 거창의 상징인 사과밭 과수원을 지나게 된다. 씨알은 굵어 탐스러보이지만

품질 좋은 과일을 수확하려면 좀 더 있어야 될 듯 싶다. 그렇게 열심히 걷고 걸어 '외장포'에 내려선다. 뒷풀이까지 끝내고 기다리는 앞선

사람들에게 미안한 인사를 건네면서 거창했던 산행은 이렇게 끝이 난다. 늘 그러하듯이 한 주일의 산행을 하고 나면 다음 주일의 산행이


있기까지 산길에서 만났던 감동의 여운들이 머리속을 줄곧 맴맴 돌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세속의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힘든 일을 이겨내는

약발이 된다. 다음 산행을 꿈꾸는 원천이 어쩌면 이런 감동의 순간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 아닌지도 생각하게 된다. 좋은 기억이라 하여도

 오래 지속되는 것은 없다. 그래서 그 기억이 퇴색되기 전에 또다른 미지의 산행을 꿈꾸기도 하고 포토산행기를 남겨두고 보려하는 것이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내장포> 이곳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산길초입에 들어서니 등로 곳곳에 툭툭 떨어진 밤들이 무르익고 있는 가을을 알려주고~~~


이 가을을 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일탈의 감행을 통해 많은 이들이 이 길로 들어섰다.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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