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남 과 만 남/포토산행기

경남밀양 <천황산/안산/열왕산/영취산> 열왕지맥 제1구간 산행

심헌 2014. 6. 9. 23:54

<2014.06.07(토) 경남밀양 천황산/안산/열왕산/영취산 산행사진입니다>

 

스및거리 : 비슬지맥 천왕산>천왕재>539봉>감골재>안산>청간령>열왕산>675봉>심명고개>영취산>650봉>보름고개>웅동들마을

GPS 산행거리 약 24.6 Km , 약 10시간 54분 소요 (중식,휴식시간 포함)

 

- 산행코스 지형도입니다 -

 

 

 

 

【산딸기가 맥길을 뒤덮은 환상적인 산행이었다

 

 

경북 청도군과 경남 밀양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비슬지맥 천왕산(619.2m)에서 남쪽으로 갈라지는 산줄기에서 내려오면 다시 두 개의 지맥을

갈라 놓는데, 그 하나는 서쪽으로 뻗어 경북 달성의 현풍방면으로 이어지는 <왕령지맥>이고, 또 하나는 경남 창녕 부곡의 학포마을로 이어지다

낙동강으로 유유히 그 맥꼬리를 흘러 내리는 <열왕지맥>으로써 아직까지는 많은 산객들이 처음부터 그 길의 끝까지 밟지 않은 신선한 길이다.

 

열왕지맥은 지맥상의 <열왕산 662m>을 중심으로 그 맥이 내려오다 중간에 관룡산, 화왕산으로 이어지는 화왕지맥을 줄기쳐 놓고 다시 남쪽으로

그 맥을 이으며 열왕지맥의 최고봉인 <영취산 740m>을 거쳐 종암산, 덕암산, 비룡산을 지나 경남 창녕군 부곡면 학포리에서 그 맥을 서서히

낮추며 낙동강으로 빠져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32Km의 이 지맥을 두 구간으로 나눈 산행계획을 세워 그 첫구간을 오늘 걷게 되는 것이다.

 

열왕지맥 1구간 산행의 시작은 비슬지맥상에 놓인 해발 600m고지인 <천왕산>에서부터이다. 그러나 천왕산까지는 단거리 접속구간을 이용하여

접근해야 하고, 그 들머리는 밀양방면에서 창녕으로 넘어가는 천왕재에 못미친 회전도로 지점에서 오르는 길이 있는데 길의 초입에서 천왕산으로

향하는 길이 생각보다는 오르기가 쉽지 않다. 유월의 우거진 숲풀로 인해 길찾기가 쉽지 않고 경사가 심해 초반부터 진땀을 빼야하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을 좀 소비하며 어렵사리 올라간 천왕산 정상은 지난 겨울 비슬지맥구간 산행 시 보았던 텅빈 풍경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때는 겨울이었고 지금은 여름으로 이미 계절을 뛰어 넘었고, 대자연은 계절에 맞는 옷으로 갈아 입었기 때문이다.

천왕산을 출발해 남진하는 맥길은 이제 초록의 숲길로 진하게 물들였고 그와 함께 맥길을 붉게 수놓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산딸기이다.

 

산딸기는 산행출발과 함께 곳곳의 맥길에 매복병처럼 숨어있다 갑자기 얼굴을 내밀고 있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유혹에 무던히도 발길을 붙잡힌다.

이 계절 이 맘때 색깔좋게 열매를 띄운 산딸기는 보기에도 탐스럽고 먹기에도 알맞은 만큼의 크기로 자라있어 따먹지 않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환상적인 유혹 그 자체이다. 하도 많이 따먹어서인지 왕령지맥 분기점을 지나고 천왕재에 내려설 때까지 입안에서 산딸기의 향긋한 냄이 그윽하다.

 

천왕재의 <번지없는 주막집>. 열왕지맥을 걸으면서 천왕재에 내려서면 누구나 이 주막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여름의 더위는 갈증을 부추기고

  산객들은 갈증을 해소할 막걸리 한잔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번지없는 주막집에서의 막걸리 한사발은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것.

타는 목마름에 션한 감로수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많은 산객들이 경험했겠지만 산행에서 마시는 한잔의 막걸리는 진한 탕약같은 효과라 했다.

 

그것이 보약이 되었는지 다시 걷는 맥길에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푸르름에 가득한 맥길이 유난히도 더 맑아 보이고 청량제 같이 시원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크고 작은 산봉과 고개를 오르내리는 데도 일행들은 모두가 신나는 발걸음이다. 또한 계속되는 맥길에는 산행초반부터 무수히 늘려

있는 산딸기가 줄기차게 그 맥길을 수놓으며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고, 얼마나 따먹었는지 배가 고프지 않아 오찬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이 구간의 맥길은 대체로 유순하고 평온하다. 안산을 넘고 열왕지맥의 주봉이라 할 수 있는 <열왕산>까지는 그런 맥길이다. 하지만 기대를 하고서

올라선 열왕산은 지맥의 이름에 걸맞는 산정의 뚜렷함이 전혀 없다. 또한 사방의 조망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산길에 서있는 수목에 정상의 표시판과

 시그널이 무수히 붙어있어 잘못 직진했다간 되레 맥길을 놓치는 우를 범해 한참동안 알바산행을 할 수 있어 맥길이 꺽이는 지점을 잘 살펴야 한다.

 

열왕산에서 맥길을 이어가려면 열왕산 표지판 아래에서 인증삿을 하고 난 후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 희미하게 갈리는 좌측 능선길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맥산행이 쉽지 않은 것은 크고 작은 산봉을 수없이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 고된 걸음걸이도 있지만, 지맥길이라는 것이 본래

휘어지고 굽어지는 길이 하도 많아 독도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한순간 길을 놓쳐 수고를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을 일부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왕산을 지나 591봉을 찍고 화왕지맥이 갈리는 분기점에 이르는 구간의 맥길은 재미있게도 서쪽으로 돌고 돈다. 그리고 구룡산, 관룡산, 화왕산으로

이어지는 화왕지맥을 만나면서 맥길은 다시 남쪽으로 남진을 시작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맥길은 심명고개를 만날 때까지 유순한 길을 걷게 되고 짙은

녹음에 자신도 물들고 있음을 느끼며 자연과 하나된 감사함으로 기분좋게 걸을 수 있는 길이고 걷기의 즐거움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알게 된다.

 

틱낫한의 '어디에 있든 자유로워라' 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대가 지금 이 순간에 살아있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9세기의 유명한 선승인 '임제선사'는 기적이란 물위를 걷는 게 아니라, 땅위를 걷는 것이라 했다. 모든 사람들이 땅위를 걷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자유롭지 않게 노예처럼 걷는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가 없다. 걷기의 자유가 하나의 기적이라니~~~ 이 얼마나 위대한 말인가.

 

<심명고개>. 경남 창녕과 밀양을 오가는 고개길목이다. 창녕으로 길을 잡으면 옥천으로 향하고, 밀양으로 향하면 사명대사 생가를 만나는 길이다.

열왕지맥의 산행구간을 세 구간으로 나누려면 이곳 심명고개까지 1구간으로 끊으면 된다. 접속거리까지 합치면 그래도 13~14키로의 거리다.

우리 일행들은 두구간으로 끊었기에 이 고개에서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남았다. 열왕지맥의 최고봉인 영취산을 올라야 하고 또 그곳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영취산은 오르기가 만만치가 않다. 고도로 보아서는 별로 어려움이 없는 높이지만, 산행의 후반부를 걷게되는 시간이고 고도를 높여야 하는

길이기에 다소 힘을 소진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그 오름길에는 힘든 길이라서 배려하는 것인 양 쉬어갈 수 있는 데크전망 쉼터가 조성돼 있다.

또한 멋지게 조화를 부리고 있는 한 그루 소나무도 만난다. 연무만 끼지 않았다면 비슬지맥의 그림같은 화악산과 코앞의 하서산 능선도 조망된다.

 

산행은 조망이라 했는데 멋진 데크전망터에 섰건만 조망할 수 있는 행복함을 누릴 수가 없다. 사과 한쪽과 물한모금을 먹고 다시 영취산을 오른다.

그러나 열왕지맥의 최고봉인 영취산은 맥길에서 벗어나 있어 갔다가 되돌아 나와야 한다. 영취산을 갔다오니 하루의 해가 깊숙이 기울고 있다.

아직도 가야할 능선길의 산봉들이 멀게만 바라보이고 알수 없는 하산길까지 생각하니 시간에 쫓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발길을 재촉하게 만든다.

 

영취산에서 하산을 시도해야 하는 보름고개까지는 꽤나 지루한 긴 능선길이다. 때로는 힘겹게 올라야 하고 때로는 처참히 내려서야 하는 산봉들이

지루함 못지 않게 이어져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발걸음이 빨라진다. 능선을 걸으면서도 눈길은 줄곧 서산으로 꽂히는 햇살의 기울기에 머문다.

<보름고개>. 어둑한 그림자가 산을 품을 때쯤 이곳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웅동리 곰골로 내려서는 하산길을 찾아야 한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지도상에 있는 하산길이 어둑해진 상황에서 제대로 찾을 수가 없다. 길 같아서 따라가면 끊기다 못해 일행들은 수풀더미속에 빠져든다.

분명 길이 있어야 하는데 길을 찾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능선을 따라 개척산행이 시작되고 자빠지고 가시에 찔리기를 반복한 끝에 간신히 길을

찾는다. 온 몸은 땀투성이고 옷속의 속살은 아마도 가시넝쿨과 나무가지에 찔려 상처 투성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생각할 여유와 겨를이 없다.

 

오직 어둠에 물들고 있는 산길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일부러 야간산행도 한다지만 가시덤불 속의 야간산행은 그야말로 개고생(?)이다.

길지 않은 하산거리이지만 어둠이 짙어지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긴장하며 서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보이는 길까지도 제대로 보이지를 않는다.

길지 않은 거리지만 몇시간이 흘러간 듯 그런 긴장속에 산을 내려섰다. 멀고 긴 하루의 산행이었고 시골의 풀벌레 소리가 이제 귀에 들어온다.

 

 

 

비슬지맥 천왕산을 오르기 위한 단거리 접속구간의 산행초입 지점(천왕재 조금 못미친 지점임)

 

길을 찾아 숲으로 들어가다 되돌아 본, 밀양-창녕구간의 회전도로 풍경

 

진땀을 흘리며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올라선 비슬지맥의 천왕산(인증삿). 열왕지맥과 왕령지맥의 시작은 이곳에서부터~~~

 

천왕산을 내려서면 만나는 두 지맥의 표지걸이 지점에서 또 인증삿. 

 

산행의 시작과 함께 만나는 숲길의 매복병인 <산딸기> 군락. 산딸기의 유혹에 빠져 따먹기 삼매경에~~~

 

말썽도 많았던 밀양의 송전철탑이 이곳에선 완공이 되고 수림의 조성까지 끝나. 

 

송전철탑봉에서 바라본 열왕지맥과 화왕지맥 상에 놓인 주요 산봉들. 산은 언제나 이렇게만 봐도 기분이 좋다.

 

열왕지맥과 왕령지맥이 본격적으로 두갈래로 갈리는 지점에서 인증삿.

 

분기점 봉우리를 내려서면 본격적으로 열왕지맥의 산행이 펼쳐지고~~~

 

이 때의 기분은 아주 묘한 순간. 달리기 선상에서 호르라기 소리와 함께 출발한 초등학교 학생 때의 기분 같은 것.

 

어느 가족묘가 조정되어 있는 지점에서 잠시 조망의 시간을~~~

 

가족묘의 뒤로 화왕지맥의 주요 산봉들이 이곳을 향해 환한 모습으로 반겨온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며 천왕재에 있는 <번지없는 주막집> 

 

일행들은 이곳에서 한잔의 여유와 같은 션한 막걸리의 유혹에 잠시 취했다.

 

유혹은 계속되었지만 갈 길이 먼 산꾼의 임무는 머무름이 아닌 걷기의 자유를 누리는 것. 천왕재를 벗어나면서~~~

 

 

 

 

 

 

 

 

 

 

 

 

 

 

 

 

 

 

 

 

 

 

 

 

 

 

 

 

 

 

 

 

 

 

 

 

 

 

 

 

 

 

 

 

 

 

 

 

 

 

 

 

 

이렇게 멀고도 긴 하루의 여정을 산에서 보낸 산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고, 이 포토산행기가 여러분의 삶에 활력의 기폭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발로 걸어온 <대자연의 흔적>을 선물로 안겨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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